라이벌 KB-신한, 알짜매물 ING 인수 경쟁 본격화
3조 몸값 부담·대규모 자본확충 이슈 악재 부각

ING생명 인수전에 나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국내 생보업계 6위(자산규모 기준)를 달리는 ING생명보험이 올해는 과연 새 주인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 1~2위를 다투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기대감을 한층 높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ING생명 몸값이 3조원 이상으로 너무 오른데다 2021년 IFRS17(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자본금 확충 문제 등으로 생보업황이 그리 좋지 않아 두 금융지주사가 실제로 본입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B금융과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위한 예비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금융지주사는 ING생명 인수 추진과 관련해 검토단계일 뿐 아직 확정된 것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아시아를 비롯해 국내에도 좋은 매물이 있으면 인수하겠다는 게 신한의 기본방침”이라며 “ING생명이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인수할 만한 회사인지 알아보기 위해 재무제표를 비롯한 회사건전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때 인수매물로 거론됐던 롯데손해보험에 대해서는 “아직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KB금융 관계자도 “현재 ING생명을 포함한 여러 매물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건 맞지만 ING와 가격협상을 하거나 예비실사 중이라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KB금융은 그간 수차례 ING생명 인수를 추진지만 ‘고가인수’ 우려 등으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에 욕심을 내는 것은 보험권 알짜매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ING생명 자산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1조원으로 삼성생명(281조원), 한화생명(125조), 교보생명(102조), NH농협생명(64조원), 미래에셋생명(35조)에 이어 생보업계 6위를 기록 중이다.

또한 영업실적과 건전성, 상품성까지 3박자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로 ING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잠정 공시)은 3402억원으로 2016년(2407억원) 대비 41.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9.9% 오른 4503억원을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은 502%로 생보업계 최고 수준이다. 영업인력은 20-30대 재정 컨설턴트(FC)가 전체의 63.3%에 이르는 등 젊은 조직을 앞세워 FC 로열티 강화와 보장성보험 판매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 모두 계열사 중 생명보험 부문이 약체로 꼽힌다. KB금융은 2015년 LIG손해보험 인수로 손보사 경쟁력은 강화했지만 KB생명의 경우 자산규모가 9조원에 불과하다.

신한생명은 자산규모 29조원으로 생보업계 8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해 순익(1206억원)이 2016년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만약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손에 넣게 된다면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서게 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 승부수로 ‘M&A’를 내건 만큼 향후 ING생명 인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3조원 이상의 몸값을 계속 고집할 경우 KB금융과 신한금융이 ING생명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ING생명 지분(59.15%) 가격은 2조 4000억원 수준으로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경우 매각가격은 3조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ING생명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제한적 경쟁입찰을 진행 중이다.

ING생명 몸값을 고려해 블록딜(시간 외 주식 대량매매) 방식으로 쪼개 파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배당과 상장 등을 통해 초기 투자금 1조 8000억원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품에 안으면서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에 오른 만큼 ING생명 인수로 확실한 1위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신한금융 역시 ING생명 인수로 1위 탈환을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인수가격인데 오를 데로 오른 ING 몸값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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