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주)지니컴퍼니·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비가 온다. 창 넓은 카페에 앉아 마시는 카푸치노 한 잔이 어울리는 날이다. 그렇다고 비오는 날에만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건 아니다. 날씨가 더워도 시원한 아이스 모카가 생각나고 바람이 불어도, 눈이 소복이 쌓이는 날에도, 아니 날씨와 관계없이 문득 떠오르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정서. 이렇듯 커피는 문화가 되어, 사연이 되어, 하나의 정서가 되어 우리 삶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25년 간 커피전문회사에 계속 근무해 오다 나만의 커피를 만들고자 프랜차이즈회사를 창업하게 된 커피 프랜차이즈 전문 CEO이다. 돌이켜 보면 향으로 한 번, 맛으로 두 번, 분위기로 세 번 마시는 커피에 푹 빠져 산 셈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커피 사랑은 지속될 듯하다. 2010년 9월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을 때 주변의 지인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 때의 시점이 대기업 및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개인 카페들이 전쟁같이 앞 다퉈 오픈하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당연히 창업하기에 적당한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굳이 커피 전문가가 고집스럽게 그러한 상황에서 회사를 창업하고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커피전문점이 생겨나고 있고 또 그와 거의 동시에 폐업이 벌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커피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의 향과 맛, 커피 아카데미, 커피전문점의 창업 과정 등을 총괄해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이다. 카페의 과다경쟁 상황이라는 혼탁, 과열 분위기에서도 창업과 생존해 나갈 전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커피 문화를 즐기고 나아가 커피를 매개로 자신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커피 전문 프랜차이즈를 창업하게 되었다.

대한민국만큼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 개국이나 될까? 도시뿐 아니라 농어촌 그 어디에서도, 20대부터 60, 70대까지도 식후에 한 잔, 분위기에 한 잔, 장소불문, 연령불문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소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커피가 들어온 이후 오늘날까지 인스턴트 커피 및 원두커피 시장에서 한 번도 그 성장이 멈춘 적이 없다. 보통 소비자가 마시는 음료들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맞이하는 사이클을 그리며 생성하고 사라지곤 하는데 비해 커피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 번도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2011년 현재, 카페 점포수가 1만2380개로 시장 과포화상태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시장의 흐름을 보면 먼저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인스턴트 커피가 커피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세계적인 큰 행사를 준비하면서 커피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원두커피 전문점이다. 그 전까지는 성인남자의 휴식공간인 다방에서 접한 커피 즉, 인스턴트 커피가 전부였고 또한 가정에서는 주부들이 이웃 간에 대화의 매개로 일회용 믹스를 선호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새롭게 등장한 원두커피 전문점은 커피자체의 변화뿐 아니고 커피문화가 변하는 대혁명이었다. 그것은 셀프서비스방식을 새롭게 도입하고 어둡고 시대에 뒤떨어진 다방문화에서 밝고 깨끗하며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커피문화공간 창출이라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러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원두커피 프랜차이즈사업에 뛰어들어 지금보다도 더 뜨거운 경쟁을 치르곤 했다. 그 때 당시 유명한 브랜드로는 나이스데이, 쟈뎅, 도투루, 왈츠, 하비비, 모카하우스 등이 있었는데 1층 매장을 주로 선호하는 지금과 달리 2층, 지층에도 입점 운영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 후 1992년까지 원두커피전문점들이 호황을 누리다가 세분화, 전문화시대가 도래하면서 원두커피전문점들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IMF를 겪으면서 커피는 또다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Take -Out 커피전문점이다.

그리고 현재는 커피와 사람, 만남에 있어 공간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장소, 공간 구분 없이 즐길 수 있는 커피문화의 변화가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되었다. 1997년 이후 스타벅스, 커피빈 등 외국계 커피체인점 출현 및 국내 대기업의 체인사업 진출로 대형 매장 등장, 소형평수, 소액투자가 가능하고 저렴한 커피 판매가격으로 대중들의 인기를 누리는 카페 등 또 다른 커피문화의 변신을 가져오며 커피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종황제가 처음으로 커피를 마신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커피는 그 성장세가 한 번도 꺾인 적이 없이 늘 성장 해 오고, 또한 향후도 성장이 계속 될 거라고 확신한다. 이제 필요한 건 그 많은 커피전문점 중에서 차별화 된 자신만의 커피와 커피전문점의 노하우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 커피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커피 관계의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참신하고 진정한 커피문화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가 부지불식간에 가까이 다가와 있다. 혼자서, 둘이서, 또는 여럿이 함께 하는 그 사이에 항상 커피가 있다. 모두 함께 할 때도,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 볼 때도 커피는 소통과 위안, 만족감을 주는 존재이다. 지금껏 느끼며 마시던 커피도 좋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제 커피에 대해 조금 더 전문적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자.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커피를 알고 사랑하고 딱 그만큼 깊숙이 느끼며 음미해보자.

이제 창 밖으로 내리던 비가 그친 듯하다. 편한 옷차림 그대로 천천히 걸어 나가 아메리카노 한 잔에 가볍게 플래인와플을 곁들여 브런치 타임을 가져야겠다. 그 옆에 익숙한 음악까지 흐른다면 금상첨화...
 

글 : 김종윤 (주)지니컴퍼니·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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