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기업공개 안 하는 까닭


교보생명이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기업공개(IPO) 요구에도 불구, 계속해서 상장을 하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의혹의 시선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부실채권정리기금 정리를 위해 교보생명에 빠른 시일 안에 증시에 상장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그동안 고수해 왔던 대로 상장을 거부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금확충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당장은 IPO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오너의 지분율 희석화를 우려한 교보생명이 교보생명 신창채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장을 꺼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교보생명의 3대 주주로서 그동안 여러 차례 교보생명 측에 주식시장에 상장할 것을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최근 또 한 번 교보생명에 빠른 상장을 종용하는 압박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캠코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종용하지는 않았다"며 "다만 실무진 차원에서 IPO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공개(IPO)는 일정 규모의 기업이 상장절차 등을 밟기 위해 행하는 외부 투자자들에 대한 첫 주식공매를 말하는 것으로,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이나 이미 발행되어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일부를 매출하여 일반대중에게 널리 분산하고 재무내용을 공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주식회사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다른 주주들도 장내 매각 선호

캠코가 교보생명에 빠른 시일 내에 상장할 것을 요구한 이유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정 운용시한(2012년 11월 22일) 이전에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지분 9.9%를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쌍용건설(38.8%), 대우조선해양(19.1%), 교보생명(9.9%) 등이다.
캠코는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교보생명에 대해 올 하반기 지분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정 운용시한 전에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캠코는 대우조선해양, 쌍용건설 등에 대한 채권단 공동매각 작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되, 매각에 실패할 경우 캠코의 보유지분만이라도 블록세일(대량매매)을 추진하고, 교보생명 지분은 경쟁입찰 방식 등으로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캠코는 신속한 매각, 매각 협상 대상자 선정 용이 등의 이유로 상장 이후 장내 매각을 선호하고 있다. 교보생명 지분 24%를 확보하고 있는 2대 주주 대우인터내셔널과 교보생명 지분 5.8%를 갖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 역시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경영권 우려?

이렇듯 2대 주주와 3대 주주 등이 상장을 요구함에도 교보생명은 이를 거부하고 있어 그 까닭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교보생명 측은 아직까지 자금을 확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상장이 당장 급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업공개를 하더라도 확충된 자금을 건전성 강화에 투입해야 할 상황이 아니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할 신규 사업도 정해진 것이 없어 현재는 자금 확충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교보생명은 이미 상장해 있는 삼성생명이나 동양생명 등 생보사들의 주가가 높지 않다는 것도 상장 거부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대주주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지분율 희석화를 우려해 IPO를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경영권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3대 주주인 캠코(9.9%)와 2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24%), 주요 주주인 수출입은행(5.85%)이 교보생명이 상장하면 지분을 팔아 자금을 회수하려 하는 가운데, 만일 단일 투자자가 이들 주주의 지분을 일괄 인수한다면 총 지분율이 40%에 달해 1대 주주인 신 회장의 개인 지분율 33.6%를 넘어서게 된다.
신 회장의 지분율에 친인척의 지분을 더하고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미국계 사모펀드 코세어 코리아 인베스터스, 파인벤처스 KBL 등의 지분율까지 합치면 60%에 달한다고 신 회장 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계 사모펀드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모색한다면 적대적인 M&A 성공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 측이 결코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교보생명이 상장을 하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신주모집과 기존 주주의 주식을 매도하는 구주매출, 신주모집과 구주매출 병행 등 세 가지 공모 방법 중 어떤 것을 선택하든 신 회장의 지분율은 낮아진다.
기존주주는 신주 모집에 참여하지 못하며, 구주매출 때에는 보유 주식을 팔아야만 한다. 신주모집과 구주매출을 병행하게 되더라도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될 수밖에 없다.
증시 상장 시 삼성생명의 구주 발행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신주를 발행하게 되는데, 이는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우호지분의 지분율 하락과 이로 인한 인수·합병(M&A) 위협 노출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교보생명이 신창재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상장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 시장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교보생명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는 신한금융이 향후 보험 사업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이 잘못 와전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교보생명의 지분 구조가 M&A에 취약함을 보여주는 한 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동양생명, 대한생명, 삼성생명의 상장 완료에 이어 미래에셋생명도 상장 방침을 밝히는 등 생명보험사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은 대한생명, 삼성생명 등 '빅3'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비상장사로 남아 있다.
생보사들의 추세에 맞지 않는 교보생명의 행보에 대해 의심의 시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