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민주당, 뒤처지는 한국당, 고심에 빠진 안철수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군이 요동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군이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후보의 성추행 의혹 여파로 후보군이 정리되는 상황이고,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염두에 뒀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인물난 블랙홀에 빠졌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선언을 고대하고 있다. 특히 안 위원장을 중심으로 야권 연대가 성사될 경우 서울시장 선거전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2박1우 3파전…결선투표제 최대 변수
 
더불어민주당은 성추행 의혹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곤경에 처했다. 민병두 의원이 성추행 의혹으로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후보군에서 배제됐고,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위기에 빠졌으나 출마를 강행하기로 했다. 다만 민주당이 정 전 의원의 복당을 불허하기로 결정해 본인의 선택만이 남아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박원순 시장, 우상호 의원, 박영선 의원 등 3파전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현역 프리미엄이 있는 박원순 시장이 앞서가고 우상호-박영선 의원이 박 시장을 견제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일단 박원순 현 시장이 건재하다. 3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은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는 4월 중순쯤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여야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치열한 당내 경선 통과 여부가 최대 관건이다.
 
특히 이번 민주당 경선에 결선 투표가 도입돼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으면, 타 후보들의 합종연횡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박  시장으로선 상상하기 싫은 최악의 상황이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의원은 지난 11일 “서울을 바꾸라는 것은 광화문 촛불의 명령”이라며 “담대한 변화로 ‘아침이 설레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우 의원은 이날 최대 경쟁자인 박원순 시장을 겨냥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도시정책의 새로운 발상을 실천하는 아이콘이었지만 주거, 교통, 일자리 등 서울의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울은 활력을 잃어가고 서울 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기존 방식과 기존 인물로는 변화할 수 없다. 나라를 바꿨던 우상호의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리더십으로 서울시민들에게‘아침이 설레는 서울’을 선물하겠다”며 인물교체론을 역설했다.
 
4선 박영선 의원은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박 의원은 18일 “숨 막히는 서울에서 숨 쉬는 서울로 바꿔내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박 의원은 박 시장을 겨냥해 “변화와 혁신에 실패한 서울은 활력을 잃어가고 낡은 도시로 변하고 있다”며 “서울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에너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최대 외부 변수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의 출마 여부다. 안철수 위원장이 아직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출마로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18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이제 일을 시작했다. 지금은 인재영입의 결과를 만들어서 보여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당분간 인재영입 일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정체된 당 지지율과 지방선거 선전을 위해선 안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물난 블랙홀에 빠진 자유한국당
 
요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인물난 블랙홀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홍 대표가 염두에 뒀던 홍정욱 전 의원과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연달아 불출마를 선언해 체면이 제대로 구겨졌다.
 
홍 대표는 지난달 이석연 전 법제처장에게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법제처장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그는 18일 “서울시장 출마 요청 건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견지해온 삶에 충실하겠다”며 “대표님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한 점을 애석하게 생각한다”며 불출마 선언을 공식화했다.
 
이 전 법제처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사상 최초로 서울시장 후보를 못 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큰 문제점은 여권에 비해 현저히 낮은 당 지지율이다.
 
탄핵 정국 이후,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에 압도돼 제대로 기를 못 피고 있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따라서 보수 후보군들이 패배가 예상되는 선거전에 뛰어들 마음이 안 생기는 것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서 출마가 예상되는 인물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다. 한국당이 서울을 전략공천지역으로 결정해 황 전 총리와 김 전 실장의 공천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홍 대표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에 만약 마땅한 후보군이 없고, 안철수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야권 연대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자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물난 블랙홀에 빠진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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