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박근혜에 이어 네 번째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수난史가 반복됐다. 검찰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윤명철 기자]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수난史가 반복됐다. 검찰은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조세포탈·국고손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일 “이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를 오는 22일 오전 10시30분부터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YS, 전두환·노태우 동시 구속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됐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전직 대통령 두 명이 함께 구속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앞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함께 구속된 전례가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5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구속은 박계동 전 민주당 의원의 비자금 폭로로 시작됐다. 박 전 의원은 1995년 10월 19일 국회에서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에 3백억원이 3개의 차명계좌에 1백억원씩 나뉘어 예치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노태우씨가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 4천억원 중 일부”라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성역 없이 공명정대하게 국민에게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법에 따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 중수부는 11월 1일 노태우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했고, 16일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 1988년 3월부터 1992년 12월까지 30개 재벌기업 대표로부터 기업 경영에 관한 선처 명목으로 총 2358억9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전직 대통령의 첫 구속으로 전 세계가 경악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구속은 시작에 불과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다음 타겟으로 삼았다. 검찰도 11월 30일 ‘12·12 및 5·18 특별수사부’를 설치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12월 2일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군형법상 반란 수괴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 전 대통령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반발해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 합천으로 떠났다. 하지만 검찰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해 안양교도소로 압송했다.
 
이로써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잇달아 구속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바로세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성공한 쿠데타도 역사의 심판을 받는다는 새로운 원칙도 세워졌다.
 
하지만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는 계속 이어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탄핵을 받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검찰은 지난 2월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헌법에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한 결과 최초로 탄핵 파면되면서 헌정사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며 중형 구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다음달 6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MB, 구속영장 청구받은 네 번째 전직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횡령액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이 액수도 추가 수사가 펼쳐지면 변동될 수 있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은 별지를 포함해 207쪽 분량으로, 구속 필요에 대한 검찰 의견서도 1000쪽이 넘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 및 다스의 실소유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른 전직 대통령과 다른 면이 있다. 앞선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은 본인만 구속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아들, 사위, 형제들이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검찰 수사 상황에 따라 친·인척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엇갈린 반응은 내놓았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0일 오전 현안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법적으로 당연한 조치”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혐의는 누가 봐도 죄질이 매우 나쁜 것으로 일반인이었다면 이미 구속되고도 남을 사안이다. 범죄에 성역은 결단코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예정된 수순 아닌가?”라고 밝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9일 구두 논평을 통해 “검찰이 이미 피의사실의 광범위한 유포를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범죄자로 만들어 놓고 소환조사를 한 만큼 영장청구는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본인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만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법정에서 범죄혐의에 대해 잘 소명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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