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교수, MT·술자리서 성추행...중앙대 강사도 종강 뒷풀이서 성추행·성폭행 시도

사진=20일 페이스북 페이지 '이화여자대학교 조소전공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에 올라온 성명서.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이화여대와 중앙대에서 조소 전공 교원이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이화여대 조소전공 성폭력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성명서를 내고 같은 대학 조형예술학부 조소전공 K교수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하고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했다. 성명에는 졸업생 29명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K교수가 대학에 부임한 이래 자신의 권력을 빌미로 대학 MT, 전시 뒤풀이, 자신의 작업실 등에서 제자들에게 성추행을 자행해왔다"며 "작가와 큐레이터 등을 소개해 준다는 핑계로 건전하지 못한 자리를 만들고 학생들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음식을 나르거나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접대할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이란 지성의 장에서 그릇된 처세술을 교육하고 여성예술가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심어줬다"며 "졸업생들은 이런 일을 겪고도 문제제기를 못한 채 학교를 떠나고 가해 당사자는 교수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K교수가 제자들에게 성추행을 가했다는 내용의 제보 2건을 공개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원 졸업생 A씨는 “K교수가 학과 MT 때 옆에 앉아 종아리를 주물럭거리며 만졌고 귓속말을 하는 척하며 입김을 불어넣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말할 수 없이 불쾌했지만 어떻게 싫음을 표현해야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즐거운 MT 분위기를 깰까봐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또 K교수가 주선한 술자리에서 그의 지인이 제자에게 성추행을 가하는 것을 보고도 방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술자리에서 사진작가 B씨가 옆에 있던 선배의 온몸을 만지는 등 성추행했지만 K교수는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다”고 고발했다.

또 다른 이화여대 졸업생 C씨는 사진작가 B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K교수에게 말하자 이를 K교수가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K교수가 주최한 술지라에서 B씨가 싫은 내색에도 막무가내로 엉덩이를 주무르는 등의 행동을 했다“며 ”이 일을 K교수에게 이야기 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여성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이런 일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어 ”잘 나가는 작가를 소개시켜 준다는 명목으로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학교 외의 공간에서 성폭력에 노출시키는 교수가 계속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옳은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K교수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강의를 ‘건강상 이유로 휴강한다’고 학생들한테 공지한 뒤 휴강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해당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중앙대 조소학과 총동문회도 이날 조소학과 강사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중앙대 예술대 조소학과 총동문회는 성명을 내고 ”이 학교 조소학과 강사였던 D씨가 2013년 6월 종강 뒤풀이에서 여학생 4명을 성추행하고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회는 “사건 직후 피해 학생들이 인권센터를 찾아갔지만 강사 D씨는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범행을 완강히 거부했고 같은 과 E교수가 합의를 종용하며 개입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작품 활동 영구 중단 등 조건으로 합의를 했지만 D씨는 학과의 묵인 하에 여전히 작품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동문회는 이달 초 D강사를 경찰에 고소하는 한편 학교 측에는 당시 사건에 개입해 합의를 종용했던 같은 과 E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당시 D씨가 시간강사라 정식 징계를 내릴 수 없어 강사에서 해임하고 이후 학교 강의를 중단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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