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3법 부활 우려…추가 부동산 규제 나오나
“부동산에 몰린 ‘불로소득’ 해소해야”

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토지가치의 상승이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원인일까. 과거에는 '오답'이었지만, 지금은 '정답'이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상품이 아닌 국가 자원으로서 다뤄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청와대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토지공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라며 입장을 밝혔다. 이미 현행 헌법에는 토지공개념이 녹아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헌법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 있고 122조에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민법에서도 ‘토지는 개인의 소유권리라도 권리는 남용하지 못하며 개인의 소유권이라도 정당한 이익이 있는 범위 내에서만 행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는 기본적으로 토지공개념이 들어간다. 단적인 예로 개발제한구역을 의미하는 그린벨트가 있다. 도시 주변의 녹지 보존과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그린벨트 구역 내 토지의 형질 변경, 분할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사유지이지만, 법에 따라 개발이 제한된 경우다. 철도, 도로 등 국가 인프라사업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 소유의 토지를 적당한 가격에 나라가 사들이는 형태로 사업이 추진된다.

문제는 토지공개념이 구체적으로 명시화될 경우 토지공개념 3법이 부활하는 등 새로운 부동산 규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과도한 사적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

과거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0년대 후반 토지공개념이 등장했을 시기에도  '토지공개념 3법' 도입이 이뤄진 바 있다. 토지초과이득세,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환수제다. 부동산 투기가 국가 경제를 흔들 정도로 문제가 되면서 불로소득에 대한 환수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지지를 받은 결과다.

하지만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택지소유상한제는 1999년 위헌 판결을 받았고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정책인 셈이다. 부동산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은 부담이 큰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도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명시하고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이렇다 보니 정치권은 물론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된 지난 21일 야당은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권의 방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공공, 합리, 불균형 해소와 같은 자의적이고 정치적인 용어로 자유시장경제의 근간과 법치를 허물어뜨리겠다는 시도는 절대로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지만 한국당 대변인도 "토지공개념, 경제 민주화 같은 개념이 얼마나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개념인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잘 안다"며 "이런 논쟁적 사안에 아예 내 생각은 이러니 따라 와라는 식으로 대못을 박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 역시 "개헌안을 발의하기 전 개헌쇼를 하는 건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꼼수"라며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개헌 논의를 제왕적 대통령이 주도하겠다며 과욕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의결이 불가능한 현실과 위헌 소지에도 불구하고 3부작 개헌쇼를 자행하는 것은 그 목적이 국민이 원하는 개헌 자체에 있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귀가 번쩍 뜨이고 눈이 확 트이는 것이 토지공개념 도입이었다"며 "토지를 공공성이나 합리적 이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권리나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토지공개념인데 이를 두고 토지 공산주의라고 선동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 조항은 굉장히 추상적"이라며 "국민 중에는 사회주의로 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공성이란 명분으로 각종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아직 개념만 있을 뿐이어서 지켜봐야 한다"며 "주거복지를 강화하거나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각종 보유세를 인상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토지 공공성은 토지 관련법에는 반영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사익이 공익보다 우선되는 등 사회불평등이 심화돼 토지공개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이 돈벌이 수단이 되다 보니 돈이 부동산에만 몰리고 불로소득을 특정계층이 다 가져가는 불공평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