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주총서 노조제안 안건 모두 부결, 이사회 안건은 모두 통과
노조, 채용비리 관련 사퇴촉구에 윤 회장 의혹 일축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3일 KB금융 주주총회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KB금융지주의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이 결국 무산됐다. 노조가 주주제안한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의 지주회장 참여 배제 명문화와 낙하산 이사 선임방지 관련 정관변경 안건도 모두 부결됐다.

KB금융은 23일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제10회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2017년 재무재표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정관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반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와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제안한 ▲공직·정당활동 인사 퇴직 후 3년간 이사선임 제한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사외이사로만으로 구성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부결됐다.

정관변경안에 대한 주주 찬성률은 각각 4.29%, 31.11%에 그쳤다. 정관변경의 경우 의결권 주식수의 3분의 1 및 출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권순원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4.23% 찬성률로 출석주식수의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노조 측은 권순원 교수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주총장에서 표결처리를 원했지만 다른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도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조 측은 이날 주총에서 안건상정 방식과 이사회가 주총 전에 소액주주 제안안건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한데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박홍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소수주주 안건을 이사회 안건과 별도로 임의 상정한 것은 법이 보장하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경영참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며 “이사회가 정관개정 안건을 부결시키려 했다가 금융위원회가 안된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별도 안건으로 올리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또 “KB금융은 지배구조 문제와 지주회장 셀프연임, 채용비리, 고용차별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시끄럽다”며 “경영진을 감시하고 공정한 조직운영을 해야 할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 만큼 이사회 전원은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종규 회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전체 주주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반대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케이티이엔지, 롯데, GS, 삼성 등에서 반대표명 사례가 있다”고 일축했다.

윤 회장은 노조 제안안건을 별도 상정한데 대해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주주들의 충분한 의견을 반영하려고 개별 상정한 것”이라며 “안건상정 과정에서 정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은 노조 측의 잘못도 있다”고 반박했다.

노조 측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주주자격으로 참여한 김성관 씨는 “윤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있었던 인사비리로 직원이 구속됐고 영업점 직원들은 손님들한테 욕을 먹고 있다”며 “채용비리로 우리은행장과 대구은행장도 사퇴를 했는데 윤 회장이 주총에서 의장으로서 의사봉을 들고 있는게 맞느냐”고 항의했다.

윤 회장은 “KB는 신입행원 채용시 지역별 채용제도를 선구적으로 도입해 왔는데 이런 논란에 휘말려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면서도 “다만 현재 검찰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성실하게 조사에 임해 저희 입장을 소명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검찰은 국민은행 채용비리 혐의로 지난 14일과 15일 윤종규 KB금융 회장(증손녀 부당채용 혐의) 자택과 인사담당자 3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또 최근에는 2015년 상반기 대졸 신입직원 채용과정에서 남성지원자 100여명에게 가산점을 준 혐의(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국민은행 인사팀장을 구속했다.

이날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선우석호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와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정구환 남부제일 대표변호사 등 3명이다. 기존 사외이사인 유석렬 삼성전자 고문,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등 3인은 재선임됐다.

이사 8명(사외이사 7명, 기타비상임이사 1명)에 대한 지난해 연간보수한도는 25억원이며 1인당 평균지급액은 7470만원으로 승인됐다. 지난해 장기인센티브로 자사주 또는 그 가액을 보수로 부여할 경우 총 3만5000주내에서 지급기준과 방법을 이사회에 위임했다.

KB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16년(2조 1437억원) 대비 54.5% 증가한 3조 3114억원을 거뒀다. 주주배당금(보통주)은 1920원으로 결정됐으며 시가배당율은 3.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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