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서 김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건 통과…노조 “금융당국·검찰 판단 남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 23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사진은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의 출범기념 은행장 취임식 당시 김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3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지주는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명동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총에는 78.9% 주주가 참석했으며 표결 결과 찬성 85%, 반대 15%로 연임이 승인됐다. 김 회장은 2012년 처음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이후 이번에 세번째 회장직을 맡으면서 9년간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주총은 노조와의 질의응답 등으로 약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주총 이후 하나금융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금융정의연대, KEB하나은행지부(이하 노조) 등 시민단체들은 김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직후 입장을 발표했다.

노조는 “김 회장이 주총 현장에서 채용비리 등 이미 불거진 의혹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이후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에 의해 김 회장의 경영자 자질이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또 “하나금융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다”며 “CEO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회장은 셀프연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주총 개최 전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도 김 회장이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라 할 수 없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된 점을 들어 연임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논란과 채용비리 의혹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다. 금융당국이 김 회장의 셀프연임을 지적한 뒤에도 지난 1월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며 결국 3연임을 이끌어 냈다.

23일 하나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 개최 전 명동사옥 앞에서 열린 노조 기자회견.

지난 13일에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KEB하나은행 채용청탁 의혹으로 사임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금융당국과 갈등의 골은 깊어진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특별검사단을 꾸려 KEB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55명의 이름이 적힌 ‘VIP 리스트’를 별도 관리하며 특혜 채용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임의로 올려 합격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2021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끌게 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아직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으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금융당국 및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정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이로써 김병호 하나금융 부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등 3인 체제에서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 

김홍진, 백태승, 양동훈, 허윤 사외이사 후보 선임안도 통과됐다. 박시환 인하대 교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사외이사 후보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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