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과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두고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전은 9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전기요금을 평균 10.7% 인상하는 방안을 담은 '전기공급약관 개정 신청서'를 의결했다. 이를 10일 지식경제부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미해 보인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한전 이사회가 인식하는 전기요금 인상안은 모두 16.8%로, 10.7%는 요금인상을 통해 해소하고, 나머지 6.1%는 제도 도입 이후 시행이 보류되고 있는 연료비연동제를 정상화해 흡수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연료비연동제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연료비가 기준보다 올랐으면 추가 요금을 내고, 내려가면 그만큼 덜 내게 전기요금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한전은 6.1%에 대해 연료비연동제를 통해 보전을 받겠다는 것.

한전이 요금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누적된 적자와 낮은 원가 회수율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전의 부채는 82조700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한전이 지난해부터 대기업 전기요금 할인으로 인한 적자와 낙하산 인사 비리 문제 등이 지적돼 왔고, 전력선을 제공하는 전선업체들이 2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해 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등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새어나가는 돈에 대해서는 자구노력이 없으면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부와 협의 없이 한전이 일방적으로 요금인상을 결정했으며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서민 경제의 어려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관섭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한전의 의결내용은) 물가 안정, 서민생활 안정,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배치되는 결정으로 본다"고 밝혀 한전의 요구안이 거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지난 4월에도 13.1% 인상안을 제시했다 거부됐던 바 있다.

한전 측은 그러나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기표 한국전력 비상임이사는 10일 이사회를 대표해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해 "정부가 정한 법에 따라 결정했다. 두 번의 일정 연기, 세 번의 정회, 9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나온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정부가 정한 고시대로 원가를 산정해 전기요금을 인상했는데, 정부가 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모순이다.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먼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 비상임이사는 또 "한전은 법에 따라 이전 연도 누적부채를 자구 노력을 통해 해결해나가고 전기요금엔 반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인상안은 올해 원료상승분만 최소한으로 반영해 의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 이사회의 전기료 인상안 통과가 한전의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집단소송을 우려해서란 주장도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해 8월 한전의 소액주주들은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료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김쌍수 전 사장에게 이를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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