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사건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가 '이화여대 음대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지지하고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피해호소 학생들의 2차 피해 방지 보장하라" "학교 당국은 학내 교수 성폭력 사건 응답하라"

23일 오후 이화여대 정문 앞에는 재학생들의 분노에 찬 함성이 상아탑에 울려 퍼졌다.

이날 '이화여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성폭력사건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제자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현직 교수들의 처벌 등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이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이대 총학생회, 이대 음대 단과대학운영위원회 등 학내 구성원 200명이 함께 했다.

지난 19일과 22일 조형예술대학 K교수와 음악대학 S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학생들이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비대위는 "교수 성폭력 사건은 권력형 성폭력 문제로 교수와 학생이란 권력-피권력자 관계로 문제가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며 "교수는 이런 위치를 이용해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학생에게 몇십년간 성폭력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소수과이자 졸업과 진로를 위해선 교수의 직접적인 평가가 중요한 예술대, 음대의 특징을 악용했다"며 "조소과 K교수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관현악과 S교수는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지만 수많은 학생이 교육상 접촉과 추행을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다"며 "두 교수는 교수 제자라는 관계를 이용해 학생들을 성적 착취하고 반성할 줄도 모르는 비겁자"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피해자들은 성폭력을 고발한 시점에도 가해 교수에게 수업과 지도를 받는 상황"이라며 학교 측에 ▲학생 참여하에 교수에 대한 합당한 처벌 촉구 ▲피해 호소 학생의 2차 피해 방지 보장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 등을 촉구했다.

총학생회는 전날 학교 당국에 이번 논란에 대한 학교 본부, 총장 차원의 입장을 달라고 요구했고 김정한경 부학생회장은 "(총장과 학교당국이) 미투에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말한 것은 게으른 대처이자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우민주 조형예술대학 공동대표는 "범죄는 예술이 아니다. 범죄는 범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해인 음악대학 공동대표도 "학생들은 이들이 처벌을 강력히 받을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부 이화여대 학생들은 '당신이 탓할 것은 당신의 죄뿐입니다' 'OUT! 나가세요' '더러워! 방 빼!'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기를' 등의 항의 포스트잇을 교수들 사무실 문에 붙이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앞서 이화여대 익명의 제보자들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K교수는 대학 MT, 전시 뒤풀이 등에서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작가와 큐레이터를 소개시켜준단 핑계로 학생들이 자신들의 지인들에게 음식을 나르거나 술을 따르게 하는 등 접대할 것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또 S교수에 대해서는 "개인지도 시간, 전공 수업시간 등에서 건강상 이유, 자세 교정, 악기 지도 등 이유를 들어 학생들을 성추행하고 본인이 한의학을 공부했다며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학교 당국은 현재 조형대학과 음악대학에서 불거진 K교수와 S교수의 제자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으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