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인터넷팀 ] 커피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커피 중에서도 무엇을 배우면 됩니까? 매장에 오신 고객들에게서 흔히 받는 질문이다. 커피를 처음 시작할 때 배우고는 싶은데 막상 시작하려니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추출, 로스팅, 라테아트, 커핑 등 분야가 많아서 무엇부터 배울지 모를 수 있다.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면 일단 커피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생산되는지, 이러한 이론은 알면 좋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는 실습을 위주로 배우면 좋을 것 같다. 배우는 순서를 나열하자면 이론, 커핑, 로스팅, 핸드드립, 에스프레소 추출, 라테아트 (반드시 이 순서에 따라 배울 필요는 없다) 순 이라고나 할까.

바리스타에게나 로스터에게나 카페 사장님에게나 제일 중요한 건 커피의 맛을 볼 줄 아는 것이다. 위 과정 중에서는 “커핑”이 이것에 해당되는데 커핑을 할 줄 모르면, 그러니까 맛을 볼 줄 모르면 자기가 볶은 커피가 어떤 맛인지, 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심지어 내가 본 어느 카페 사장님은 본인이 커피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맛도 본인이 몰라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가 매일 카페에 방문하여 맛을 봐준다는 황당한 사장님을 만나본 적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커핑이란, 생두를 볶아야 원두가 되는데 원두가 된 상태에서 그 원두를 갈아 24시간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일정시간이 지나 그 원두의 향미 즉, 향과 맛을 보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 사람들과 달리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 아는 맛도 말로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데 사실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거지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아’ 하면서 깨닫게 된다.

커피는 식품이고 맛도 개인에 따라 상당히 주관적이기 떄문에 어떤 사람은 신맛을, 어떤 사람은 단맛에 예민하다. 그렇지만 좋은 커피와 안 은 커피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는 분명히 있어서 주관에 따라 약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어도 그러한 기준은 분명히 있다. 커핑은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향미를 잘 느끼지 못해도 훈련을 통해 미각과 후각이 발달하여 더 잘하게 되는 것이다. 뭐든 그렇겠지만 커핑도, 로스팅도, 라테아트도 많이 연습해 보는 사람이 더 잘 할 수 밖에 없다.

예전에는 커피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바리스타 학원 한달 정도 다니고 바로 창업하는 용감한 분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워낙 카페도 많고 경쟁도 치열해 그렇게 창업을 하게 되면 리스크가 매우 크다. 커피를 너무 쉽게 생각해 창업하는 분들치고 2년을 넘기는 분을 거의 못봤다(보통 카페 계약기간은 건물마다 다르지만 2년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사전에 준비도 많이 하고 공부도 해서 창업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된다. 처음에는 잘 몰라 프랜차이즈로 시작하는 분들도 있는데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원, 부재료 제공과 창업 노하우로 조금 더 손쉽게 창업을 할 수 있으나 계약문제 등 카페 오너가 재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않나 싶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발품을 팔아 자기가 하고 싶은 상권도 조사해 보고, 자기만의 카페를 하기 위한 컨셉, 자신만의 독특한 인테리어 등도 생각해 창업해 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시간도 더 걸리고 힘들 수 있으나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함으로서 경험도 쌓이고 두번째, 세번째 창업시에 노하우도 함께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커피 맛, 메뉴구성, 인테리어, 서비스 등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에 사장은 이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 조그마한 카페도 규모만 작을 뿐, 인사, 관리, 회계 등 대기업이 하는 모든 업무의 축소판이라 신경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누가 작은 가게를 구멍가게라고 했던가… 카페를 운영해 보면서 구멍가게 운영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칼럼제공 :이  석 (원두공장 프레세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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