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송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김혜균 교수>

[월요신문=인터넷팀 ] 베트남은 동남아 신흥시장 중 한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1억에 육박하는 인구, 아직 고령화되지 않은 인구 구성, 같은 유교문화권, 국내 대기업의 생산 공장이 이주하는 등 베트남 내에서는 한류가 문화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베트남에서 특히 뷰티 창업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고 과연 한류콘텐츠가 국내외 뷰티산업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아쉬운 점은 없는지 짧게 확인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제품의 판매가 최근 급상승하는 가운데 베트남 현지 미용 기술의 트렌드와 한국과 베트남 간 미용서비스의 차이도 알아볼 겸 지난 2월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했다.

한국 드라마 여배우의 하얀 피부와 아름다운 외모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한류 드라마는 K-Beauty로 퍼져나갔으며, 동남아시아에서도 떠오르는 신흥시장인 베트남에 뷰티 창업 자본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네일 샵, 토탈 뷰티 살롱 등의 형태로 창업한 한국계 뷰티 창업자들이 도전하고 있는 베트남의 뷰티서비스 트렌드는 과연 어떨까.

먼저 화장품 브랜드의 판매 추이를 알아보고자 백화점과 마트에 입점해 있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찾아가 보았다. 베트남 여성들과 남성들이 선택하는 한국 화장품은 무엇일까. 빈컴 센터(Vincom Center)를 시작으로 다카시야마 백화점(Takashimaya department), 팍슨 쇼핑몰(PARKSON shopping mall)과 이마트, 롯데마트 등으로 백화점과 마트 매장으로 나누어 방문을 시작했다.

결과는 다양한 가격대의 화장품으로 다양한 소비층을 공략하는 매장들이 뒤섞여 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한국화장품의 진출이 이루어져 있는 매장을 둘러보면 중저가의 화장품 브랜드부터 고가의 화장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었다. 특정 소비층을 타기팅하기보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대응하는 듯했다.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고가 제품은, 구매력은 높으나 소수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소 조용해 보이는 매장 환경을 마련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고, 중저가의 실용성을 추구하는 다수 소비층을 겨냥한 브랜드들은 일본 외에 유럽으로부터 수입해온 화장품들과 경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백화점과 마트 모두 활발하고 적극적인 판매 현장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구매자가 그리 많이 눈에 띄지는 않았고 다소 한가로운 매장 분위기였다. 심지어 낮잠을 취하고 있었던 한 마트의 더페이스샵 직원을 보고 우리 일행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다시 현지 뷰티서비스의 트렌드를 직접 알아보고자 한국인이 창업한 뷰티 샵을 먼저 방문하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인 남성이 창업한 네일 샵은 직원의 수가 10명 정도여서 7명으로 구성된 우리 체험단이 동시에 네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매장의 규모에 비해 많은 현지인 직원을 확보한 네일 샵은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것을 차별적 핵심경쟁력으로 삼아 운영하고 있었으며, 주로 한국인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을 주소비충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네일 서비스의 기술력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중간 정도 점수를 줄 수 있었으며, 인테리어와 작업대 및 시술도구들의 관리 또한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된 샵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방문한 헤어 샵은 한국인 남성 헤어디자이너가 베트남에 진출하여 창업한 샵으로, 호치민 거주 한국인을 대상으로 다소 고가의 가격대로 운영하고 있었다. 원장 외에는 현지 미용인들을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샵으로 헤어샴푸와 드라이 서비스의 가격대가 한화로 2만원 정도였다. 한국과 다른 점은 헤어 샴푸를 시작할 때 메이크업까지 다시 말해 얼굴 세안까지 할 의사를 물으며 원할 경우 세안까지 서비스에 포함이 된다는 차이가 있었다. 이어 두 개의 한국인 토탈 뷰티 살롱을 더 방문하여 서비스를 체험했는데 국내 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우리는 여기서 로컬 샵 체험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패션거리에 위치한 로컬 샵을 하나하나 방문하기 시작했다. 인테리어와 미용 용품의 차이도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고객들의 모습도 헤어 서비스와 메이크업 서비스 또는 네일 서비스를 받는 것이 거의 일상화 되어 있는 현지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염색과 매직펌 시술을 자주 받는다는 원장의 인터뷰 내용도 재미있었다. 한국인이 창업한 뷰티 살롱에 비해 더 활기찬 모습들이었다. 헤어 샴푸와 드라이만 받는 손님들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등 가격 경쟁력 때문도 이유일 수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샵에 비해 50% 싼 가격이라는 점과 함께 미용 서비스의 방법도 차이가 있는 듯 했다.

결국, 한류콘텐츠를 배경으로 베트남 내 뷰티 창업의 흐름은 아직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보긴 어려운 것 같다. 가격부터 시장의 니즈를 간파하는 데까지 아직은 소비자 친화적인 창업보다는 다분히 한류콘텐츠의 이식이 성공방정식의 해법인 양 오해한 결과도 볼 수 있었다. 결국, 현지 소비층의 트렌드를 반영한 뷰티 창업이 성공의 열쇠라고 얘기하고 싶다. 한류의 영향에 힘입어 한국 스타일의 뷰티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설문조사하여 특성을 분석하기도 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베트남 거주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쉬웠다. 호치민 로컬미용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현지 미용 트렌드를 빠르게 접목하여 현지인과 베트남 거주 한국인 동시에 타기팅하는 미용실을 창업하는 것이 방안이라고 제안하고자 한다.

나아가서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 추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젊은 20대 30대 그 이상의 40대까지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으며, 경제력을 갖춘 젊은 여성들과 결혼 후 맞벌이 부부를 선호하는 사회문화적 과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한 고가의 전문 미용 샵 오픈을 또 하나의 실험적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한류콘텐츠는 이제 K-Beauty로 발전하여 해외 창업의 기회를 마련해준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현지인과 융화될 수 없는 콘텐츠는 배척받기 십상이듯이 현지인의 니즈에 부합할 수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 취급도 각오해야 한다.

*칼럼제공: 우송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김혜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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