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 지난해 실적부진에도 조용병 회장 신임으로 1년 연임
신한-ING 합병땐 업계 5위 우뚝, 실적 우위 ING에 입지위축 우려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사진=신한생명>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이 취임 3년차를 맞았다. 지난해 실적부진이 변수로 지적됐지만 ‘2020 스마트 프로젝트’ 성과달성을 내건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신임을 업고 연임(임기 1년)되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올해 이 사장의 경영행보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021년 IFRS17(새 회계기준) 도입관련 자본확충 이슈 등으로 생보업계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아 실적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신한금융지주가 생보업계 6위의 ING생명보험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정문국 사장과 통합보험사 사장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신한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중 은행과 비은행 수익비중이 56%대 44%로 가장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 신한금융투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반해 신한생명은 약체로 지적된다.

이런 탓에 신한금융은 9년간 지켜왔던 ‘리딩금융’ 자리를 지난해 KB금융지주에 넘겨 준 후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추진을 공식화하고 보험권 알짜매물로 꼽히는 ING생명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신한금융은 ING생명 인수를 위해 지난달 예비실사를 벌인데 이어 최근 안진회계법인에 인수실사와 회계자문을 맡겼다.

유력 경쟁자로 KB금융이 거론되고 있으나 ING생명의 몸값이 3조원으로 뛰면서 인수부담이 커진데다 최근 지배구조 문제와 채용비리 의혹 등의 악재가 겹쳐 인수전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신한금융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모습이다. 다만 ING생명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고가매각을 고집할 경우 신한금융이 본입찰을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생명의 자산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29조 7000억원으로 삼성생명(258조원), 한화생명(110조원), 교보생명(98조원), NH농협생명(64조원), 미래에셋생명(PCA생명 합병 감안시 35조원), ING생명(31조원), 동양생명(30조원)에 이어 8위를 기록했다. 신한금융이 ING생명을 손에 넣을 경우 신한생명은 자산규모 60조원으로 업계 5위로 올라서게 된다.

이병찬 사장에게 보장성 보험과 설계사 인력이 강점인 ING생명과의 합병은 막대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호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실적, 자산규모, 건전성 등 모든 면에서 ING생명에 밀리는 탓에 향후 경영입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사장은 ING생명 인수여부와 관계없이 조용병 회장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는 경영성과를 올해는 반드시 보여줘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신한생명은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당기순이익은 1212억원으로 2016년(1501억원) 대비 19.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2.07%)과 운용자산이익률(3.47%)도 전년대비 각각 0.60%포인트, 0.28%포인트 하락했다. 신계약률은 14.63%로 전년보다 2.15%포인트 감소했다.

지급여력비율(RBC)은 기타포괄손익 감소 및 결산배당(1주당 1450원 총 580억원) 등으로 전년(178%)보다 3%포인트 하락한 175%를 기록했다. RBC는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무건전성 지표로, 신한생명의 경우 금감원의 권고치(150%)를 상회하지만 IFRS17 도입에 대비한 추가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ING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2407억원) 대비 41.3% 증가한 3402억원을 거뒀다. RBC비율은 455.33%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ING생명은 20~30대 재정 컨설턴트(FC)가 전체의 63.3%에 달하는 등 젊은 영업인력을 앞세워 FC로열티 강화와 보장성보험 판매확대에 주력해왔다.

두 생보사는 자산규모가 비슷하지만 ING생명이 경영실적과 영업인력 운용면에서 신한생명 보다 월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회성 요인으로 300억원 가량의 회계수익(이연법인세자산)이 반영돼 순익이 줄었지만 경상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며 “신한생명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보장성 확대 전략을 추진 중으로 현재도 90% 이상이 보장성 보험”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가 자본확충 계획에 대해 “회사 창립 후 지금까지 자본금을 한 번도 손대지 않은 것은 만기보유 채권을 많이 갖고 있어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RBC가 175%로 양호하고 아직까지는 체력이 괜찮다는 판단인데 향후 금융당국의 초안과 방향성이 나오면 이를 보고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가 엄격한 신한금융그룹의 조직문화를 감안할 때 신한생명이 지속적인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데는 이병찬 사장의 숨은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장은 36년간 보험업계에 몸담아온 ‘보험통’이다. 그는 경복고와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 후 198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충주영업국장, 영업기획부장, 마케팅팀장 등을 지냈다. 2001년 5월 신한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상무, 부사장, 연수원장, BNP파리바 카디프손해보험 상근감사 등을 역임했으며 2016년 3월부터 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취임 후 ‘따뜻한 보험’이란 경영모토 아래 디지털금융,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혁신을 3대 과제를 추진해왔다. 고객을 위한 보장성 강화 상품도 잇따라 출시했다. 지난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인 ‘신한당뇨엔두배받는건강보험’과 고객부담을 낮추고 장기생존 보장기능을 부가한 ‘신한내게맞는착한보장보험’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사망부터 경증·중증 질병까지 평생 보장하는 ‘Stage 6大건강종신보험’을 선보였다.

이 사장은 올해 조직개편 단행시 전략영업채널을 폐지하고 GA채널을 신설해 영업력을 강화했다. 또한 온화한 성품과 포용력으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에는 PC오프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업무부담 없이 정시에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사장이 연임으로 신한생명을 1년간 더 이끌게 된 만큼 대내외 영업악재를 극복하고 경영실적 회복으로 그룹 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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