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일 특별점검…“결제이행 과정 집중 조사”
11~19일부터 현장검사…“투자자 피해보상책 마련”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눈앞’…도덕적 해이도 논란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기자실에서 삼성증권 배당착오사태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팻 핑거(Fat Finger)’ 사고 이후 삼성증권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다. 이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삼성증권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9일 오전 10시경 현재 삼성증권은 전 거래일 3만8350원보다 650원 내린 3만7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뚱뚱한 손가락을 뜻하는 ‘팻 핑거’는 전산상 주문 실수로 증권사나 개인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일을 말한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지급해야할 배당금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사고로 인해 삼성증권은 내부통제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더구나 이 실수를 틈타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삼성증권의 도덕적 해이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증권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A씨(회사원)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개미투자자로서 허탈감을 느낀다”며 “자신의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회사 이미지나 시장혼란 등은 안중에도 없이 수익을 얻어 보고자 주식을 매도한 증권사 직원을 믿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증권 종목토론실에도 “직원의 도덕의식이 이 정도라면 어떻게 믿고 투자 상담을 받겠나”, “삼성증권에 돈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다” 등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9일 오전 10시경 17만명이 청원에 참여해 청와대 답변 기준선인 20만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삼성증권의 결제이행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특별점검 및 현장검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는 일부 직원 문제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 미비에서 비롯됐다”며 “특별점검이 끝나면 11~19일 삼성증권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 부원장은 “주식 배당 입력 오류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고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도 실제 주문을 차단하는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 대응도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검사에서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입고돼 장내에서 매도된 경위 ▲직원이 자사주를 제한없이 매도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투자자 피해보상 대응 ▲관련 내부통제 체계 및 운영 적정성 등을 집중 들여다볼 방침이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주문실수로 우리사주에 지급해야할 배당금을 주식으로 지급해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삼성증권은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결산으로 우리사주 283만주에 한 주당 1000원을 지급하기로 의결했지만 주문실수로 3980만원의 가치에 이르는 1000주를 지급했다. 당초 우리사주에 지급해야 할 배당액은 28억원이었지만 실수로 112조원이 지급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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