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철강사, 대형사 기득권 유지 우려

내달 1일부터 대미 철강 수출량이 최근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된다. / 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내달 1일부터 대미 철강 수출량이 최근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철강 '쿼터제'가 도입된 결과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철강업계는 사태 수습을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제한된 물량을 어떻게 분배할지 '기준'조차 없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수출물량이 많은 대형사보다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중소형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수출 2위 품목인 강관류를 취급하는 기업이다. 강관류는 이번 쿼터제 도입으로 직격을 받았다.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량의 51%인 104만톤으로 물량이 제한된 탓이다.

세아제강, 휴스틸, 넥스틸, 동양철관 등은 철강협회 주도하에 수출물량 협의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답을 내지 못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수출물량을 제한한다는 것 외에 배분방식이나 HS코드 등 물품 세부사항, 쿼터 적용시 제시할 수 있는 옵션 등 세부사항은 제시되지 않았다"며 "유정관, 송유관 등 품목별 쿼터를 적용할지 총 물량만 맞추면 되는지 알 수 없어 최근 논의에서는 협의체 운영 방안에 대한 발언만 나왔다"고 전했다.

쿼터제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철강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가 "업체간 수출물량을 협의한다"는 전제만 내놓아서다.

한 중소철강사 관계자는 "쿼터 분배를 업체들에 떠넘겨 놓았으니 알력다툼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따지고 보면 유정관과 송유관 등을 생산하는 중대형 업체들의 판매 증가로 문제가 생긴 건데 피해는 중소업체가 더 크게 받을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은 대형사의 경우 판매실적이 크게 늘었지만, 중소형사는 크게 늘지 않았다"며 "업체별 생산량이나 수출량을 기준으로만 배분할 경우 기존 기업의 기득권만 유지하는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형사의 경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아직 정부나 미국측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고, 협의가 진행 중이어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휴스틸 관계자 역시 "아직 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철강업계는 쿼터 배분 방식에 대해 연간 허용량보다 적은 물량을 수출할 경우 이를 '이월'하는 방안이나 수출 품목 중 한 품목의 쿼터 일부를 다른 품목에 활용하는 '전용', 쿼터를 앞당겨 쓰는 '조상' 등의 옵션을 미국측에 제시한 상황이다.

한편 이번 미국의 철강 쿼터제 도입과 비슷한 예로는 베트남향 컬러강판 수입제한 조치가 있다. 업체들은 총수출 물량의 70%를 업체별 강제 배분 방식으로 나눠 갖고, 나머지 30% 선착순 배분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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