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윤명철 기자] 원희룡 제주도 지사의 선택은 무소속 출마로 결정됐다. 원 지사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오랜 고뇌 끝에 오늘 바른미래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개혁정치의 뜻을 현재의 정당구조에서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재의 특정 정당에 매이지 않고, 당파적인 진영의 울타리도 뛰어넘겠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유일한 광역자치단체장인 원 지사의 탈당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권성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원희룡 지사. 간보는 기회주의 정치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다.

권 대변인은 “철저히 당선 가능성을 가늠자로 간 만보다 선거가 임박해 원하는 만큼의 지지율이 되지 않자 무소속을 선택하겠다는 원희룡 지사의 모습에 무거운 씁쓸함과 연민을 느낀다”면서 “정치는 부끄러우면 끝이라는 걸 깨달아주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원 지사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로는 재선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무소속 출마가 최종 선택이 됐다.

또 원 지사는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는 한국당에 설 자리가 없다. 현재 한국당은 홍 대표가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자신들의 측근을 적극 챙기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홍 대표의 전략공천에 반발한 안상수 창원시장과 같은 이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의지를 강력 시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신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세대 대권 주자로 손꼽히는 원 지사가 한국당에 자리를 잡는 것은 원치 않을 수 있다. 특히 홍 대표 이외에 뚜렷한 당권 주자와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원 지사의 복당은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볼 수 있다.

원희룡 지사도 무소속 출마로 자신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제주도가 당보다는 인물을 선택하는 투표를 한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이다. 특히 원 지사는 제주 출신 정치인 중 대권 도전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다.

원 지사는 제주도민들이 대권 주자를 양성한다는 희망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불행한 결말로 끝났지만 충청권이 안희정 전 지사에게 걸었던 희망처럼 말이다. 지역 유권자들에게 대권주자만큼 매력적인 카드는 없다.

하지만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입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창당 합류에 이은 탈당은 원 지사 정치 인생에 남을 흔적이다. 원희룡 지사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