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검찰이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사측의 노조 대응 전략 등 6000여건에 이르는 방대한 문건을 확보한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 등을 불러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는 11일 오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과 노조 간부 2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사측의 노조 와해 시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피해 사례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은 2013년 10월 삼성그룹이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논의하고 실행했던 계획과 정황이 담긴 것이라며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50쪽 분량의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 문건에는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전 부분의 역량을 집중시켜 조기에 와해시키고, 만약 실패할 경우 친회사 노조를 설립해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노조의 고사화를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금속노조는 같은 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2016년이 돼서야 사건을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검찰은 2015년 1월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지회 조장희 부지회장이 이 회장 등을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기도 했다. 문건을 삼성이 작성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문건을 작성한 행위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수사 결과였다.

하지만 이후 내려진 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16년 12월 조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취소 청구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삼성이 작성한 사실과 이에 따라 후속 절차가 진행된 것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 이 사건 수사를 다시 벌이고 있는 검찰은 지난 2015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추가 단서를 상당수 확보했다.

지난 2월 삼성의 다스(DAS) 소송비 대납 수사 과정에서 삼성 본사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며 확보한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 정황이 담긴 6000여 건의 문건이 핵심 물증이다.

문건에는 삼성 내 노조 활동 대응 지침인 마스터플랜을 비롯해 사측의 개입 내용이 담겼다.

사측의 노조 와해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지회장은 "지금 드러난 노조 파괴 문건 6000여건 뿐만 아니라 당시 검찰의 수사지휘 부분,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도 조사가 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3~2014년 관련 수사와 조사를 진행한 검찰과 노동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 지회장은 이날 조사 과정에서 검찰의 향후 수사 방향, 확보한 증거 내용 등을 확인한 뒤 추가 자료 제출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는 "노무관리 관련 녹취록 등 자료는 충분히 갖고 있다"라며 "검찰 수사 방향에 따라 갖고 있는 자료를 다 제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노조 측 조사를 마무리한 뒤 조만간 삼성 관계자들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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