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개인투자자 “기관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 주장
‘공매도 금지’ 청와대 청원글 21만명 이상 동의
경제 전문가 “개인투자자 공매도 참여 활성화해야”

삼성증권 배당 전산사고 이후 공매도가 쏟아지면서 공매도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일명 '유령주식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에 대한 금융감독원 현장조사가 시작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삼성증권 여의도 지점에 직원들이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매도 이후 공매도 폐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13일 오후 4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은 21만명을 넘어섰다.

청원 글에는 “삼성증권의 총 발행주식은 8930만주이며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인데 28억주가 배당됐다”며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란 건 대차 없는 공매도도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담겨있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280만주를 보유한 우리사주에 배당주당 지급해야할 1000원 대신 28억주를 지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에서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이 대량 유통된 것을 공매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9일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에 관한 브리핑에서 "시스템상 오류 문제인 만큼 공매도 제도와 연결짓기는 곤란하다"고 발표했다. 

금감원의 해명에도 공매도 폐지론은 더욱 가열되는 모습이다. 공매도가 자본가들에 의해 악용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매도 중에서도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이지만 주식을 빌려 되갚는 차입공매도는 합법이다. 애초에 주가가 떨어질 때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법 중 하나로 공매도가 생겨난 것이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변질된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삼성증권 배당입력 사고 이후 일부 직원들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틈을 타 외국인, 기관이 공매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개인투자자들이 기관들이 미리 공매도를 준비해놓고 삼성증권 주가하락을 연출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며 "실제로 삼성증권이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서 삼성증권의 전망을 보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떠안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 삼성증권 주식에서 58만8713주에 이르는 공매도 거래가 진행됐다. 6~11일 공매도 거래는 127만8002주에 달한다. 이는 삼성증권의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량은 32만주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하락이 예상되자 기관과 외국인이 수익을 노리고 공매도를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개인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매도 악용사례는 그동안 빈번했다. 지난 2016년 9월 30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가 공시되기 전인데도 30분 사이에 공매도 물량의 절반이 거래된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주가는 18%나 폭락했고 개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봐야 했다.

공매도 악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규제 장치조차 미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와 ‘공매도잔고 공시제도’를 통해 공매도 규제를 시도했지만 공매도를 줄이는 데는 별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매도 악용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되므로 지금보다 처벌 수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또 “공매도 폐지보다는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활발한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 시스템 개선 작업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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