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한 경북 영주시 상줄동 가흥산업단지 소재 SK머티리얼즈 가스 생산공장에서 인근 주민이 마스크를 쓴 채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영주시를 향한 시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SK머티리얼즈 유독가스 누출 사고에 따른 재난 문자를 사고 발생 3시간이 지나서야 관내 주민 모두에게 발송한 탓이다.

13일 오전 6시 35분경 경북 영주 가흥산업단지 내 SK머티리얼즈 가스 생산공장에서 유독가스가 담긴 탱크가 폭발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 없으나 화학물질인 육불하텅스텐(WF6) 약 1.8t이 누출됐다. 육불하텅스텐은 물과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맹독성 물질인 불산(NF)으로 변하고, 이를 사람이 흡입하면 호흡기가 심하게 손상될 수 있다.

이에 시는 유독성 가스 누출사고를 알리는 문자 서비스를 이날 오전 7시 20분 1차로 SK머티리얼즈 공장 인근 가흥2동 주민들에게 발송했다.

문자 내용은 '오전 6시 30분 SK머티리얼즈 화학물질 폭발사고 발생, 인근지역 주민 대피 요망'이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사고가 난 지 1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낸 데다 대피요령 등의 매뉴얼을 이 문자 내용에 싣지 않아 불안에 떨던 주민들은 더욱 큰 공포를 마주해야 했다.

시는 이어 오전 8시 1분에도 두 번째 문자를 발송했다. 그러나 '오전 6시 36분 SK머티리얼즈 화학물질 누출 관련 인근지역 주민 최대한 외출자제 요망'이란 메시지만 있을 뿐 사고발생 시 대피요령에 대한 설명은 안내되지 않았다.

게다가 1,2차 긴급 재난 문자를 유독성 가스 누출사고 인근 주민들한테만 발송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로부터 '왜 가흥동 주민들에게만 가스누출사고 소식을 알리느냐'라는 반발과 항의 전화가 영주시 재난상황실에 빗발쳤다.

이러한 내용의 민원이 쏟아지자 결국 시는 10시 55분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금일 SK머티리얼즈 가스누출 사고. 대기환경 조사 결과 이상 없음. 시민들은 안심하시고 생업에 종사바랍니다'라는 문자를 또다시 발송했다.

주민 박모(53)씨는 "가스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이 다 되어서야 문자로 사고 소식을 알려줬다"며 "집 주변에 폭탄을 이고 사는 기분인 데 큰 사고가 나면 영락없이 집안에서 죽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다른 40대 주민은 “공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데 사고가 난 사실도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 시에서 내보냈다던 대피 방송은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불안해 못 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주시의 재난안전 대책에 대한 주민들의 비난 여론도 들끓었다.

주민 김모씨(63)는 ”영주시 재난상황실에 전화해 대피 매뉴얼에 대해 물으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더라“면서 ”예전 사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SK머티리얼즈 유독가스 누출 사고 ‘늑장 대처’ 논란에 대해 시 관계자는 "문자메시지에 앞서 오전 7시 13분, 오전 7시 28분 2회에 걸쳐 공장 인근 반경 3㎞ 범위 내에 거주하는 350가구, 650여 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긴급대피 방송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LCD 패널, 태양광 전지 제조공정에서 세정용으로 사용되는 NF3(삼불화질소)를 비롯해 모노실란(SiH4), 육불화텡스텐(WF6) 등 산업용 특수가스를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영주공장은 38만5000㎡ 부지에 NF3 생산공장 3개동, SiH4 생산공장 1개동, WF6 생산공장 1개동, Si2H6 생산공장 1개동 및 이를 지원하는 충전장, 제품 출하 터미널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가스누출 및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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