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송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김혜균 교수>

[월요신문=인터넷팀 ]살아있는 미술의 거장전이 한국에서 열린 것은 그 횟수가 적지 않았다. 전시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 가서 보는데, 그 이유는 데미안허스트(Damien Hirst)의 ‘for a love of God’의 작품을 자신의 스카프 패턴으로 재해석한 알랙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처럼 여러 예술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디자인에 적용하는 훈련을 시키기 위함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자이너로 커가는 학생들에게 리서치하는 훈련장으로서 미술관이나 박물관 또는 공연장 등 예술문화를 접할 수 있는 장소들은 가장 좋다. 이미지 창조의 아이디어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참으로 소중하다.

거장의 반열에 올라와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디자이너와 아티스트들의 리서치 자료를 살펴보면 타문화와 타 민족의 전통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흔적들이 묻어 나온다. 어떤 디자이너의 경우에는 여행을 통해 접해본 민족 간의 ‘다름’이라는 의미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리서치북에 기록해 두며 자신의 의상 디자인 아이디어로 차용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지역의 자연에 관심을 기울인 아티스트가 자신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비주얼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15년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의 연례행사인 ‘크루즈 컬렉션’을 열었다.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의미 있는 행사이기에 기대가 컸다. 한국문화와 전통미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디자인한 의상을 선보였던 샤넬의 패션쇼라고 하였으나, 그 무엇인가 충족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시작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야 마땅하다. 다만 타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표현해 내기까지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많은 시간과 응축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기에 국가적 차원의 지원 사업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다.

글로벌 사회에서는 점차 한국의 미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이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왔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때이다. 그들에게 디자인 발상의 근원, 새로운 통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얼마나 접근하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려 노력했는지 말이다.

다른 국가의 예를 살펴보자. 앤디워홀의 예술세계에 일본문화를 융합시켰던 예는 참으로 흥미롭다. 세계적인 작가를 초청하여 그의 작품에 일본이라는 국가와 문화의 이미지를 표현하게 하였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실 앤디워홀의 작품 활동 기간 중에 늘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일본을 대표하는 꽃인 벚꽃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장의 예술에 자신의 문화를 융합시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일본 정부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뉴욕을 주 활동무대로 하여 팝아트를 선도하던 앤디워홀. 그의 손에 의해 재창조된 문학 작가 괴테의 초상화를 보유한 독일은, 자국의 역사 속 인물을 현대 예술가의 손으로 재탄생시키는 데에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미술거장의 작품세계에 녹아들어 역사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시금 현대예술로 새롭게 표현시키고 재창조시킨다는 것은 국가 차원의 사업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대예술로의 재창조를 위한 국가적 노력은 어쩌면 다음 세대를 위한 배려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것 같다. 영국 런던에서의 테이트모던(Tate Modern) 갤러리는 1,500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의 미술관이면서도 편안하고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대중적 공간이기도 하다. 또 거장의 미술작품들 앞에 옹기종기 모여 드로잉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미술을 사랑하는 많은 애호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본국답게 미래세대의 창조력 함양을 위한 폭 넓은 지원이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독일로 가보면, 프랑크푸르트의 슈테델 미술관(Staedel Museum)에서는 독일출신으로 예술가인 게르하르트리히터(Gerhard Richter)와 독일신표현주의의 대표작가인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가 있다. 동시대 활동 중인 영국출신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드로잉과 팝아트의 거장 앤디워홀(Andy Warhol)의 괴테 초상화 작품, 그리고 빈센트반고흐(Vincent van Gogh)의 작품 중 ‘portrait of Dr Gachet’, 그 밖의 르느와르, 마네, 드가와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의 독일인물 또는 풍경작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도 우리 전통 문화예술 작품을 격에 맞게 전시하는 큰 규모의 시설이 도심 곳곳에 자리 잡아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방문한 곳 중 도쿄의 모리미술관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 안에서는 앤디워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앤디워홀의 생애 중 제작했던 작품들을 포함한 다양한 명작들, 특히 1983-4년에 앤디워홀의 일본에서 가졌던 전시회 당시 제작했던 작품이 전시되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거장의 작품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일본문화를 볼 때에 만감이 교차했다. 다양한 한국문화 요소들이 세계 예술인들의 손에 의해 적극적으로 재창조되길 희망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이제 세계적인 글로벌 거장들이 우리의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류의 영향이건 국제 사회에서 국격이 제고된 이유이건 지금 우리에게 관심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전통예술 작품을 어디서나 접할 수 있도록 물적 지원과 함께, 미래를 짊어질 세대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기본으로 하여 해외의 거장들과 함께 다시 재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국가적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칼럼제공: 우송대학교 뷰티디자인학과 김혜균 교수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