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담보·가계대출 확대 치중하느라 기업대출 감소”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혁신기업 금융지원 강화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생산적 금융 역할 수행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최근 혁신기업 지원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각사>

[월요신문=홍보영 기자]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11조 2000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6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생산적 기능은 퇴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담보·가계대출 등 손쉬운 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느라 생산적 대출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이 16일 발표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책은행 및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한 14개 은행의 총 대출에서 기업대출 비중은 2013년 이후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2010년말 48.8%에서 2013년 말 49.5%로 상승했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46.7%로 떨어졌다. 이중 지난해 말(26.3%)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법인 기업대출 비중은 2010년 말(34.3%)대비 무려 8.0%포인트나 감소했다.

대출 유형별로 살펴보면 담보대출 비중은 늘어난 반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신용대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은행들의 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 말 48.3%에서 지난해 말 65.2%로 무려 16.9%포인트나 상승했다.

기업대출 중 담보대출 쏠림 현상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부문까지 확산됐다. 중소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2010년 말 54.1%에서 지난해 말 71.2%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대기업 담보대출 비중은 20.6%에서 30.1%로 늘어났다.

반면 신용대출은 지난 2015년 말 이후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하면서 하락세가 심화됐다.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2010년 말(208조 9000억원)에 비해 지난해 말(198조 1000억원) 무려 10조 8000억원 줄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전자, 철강 등의 대출 비중은 줄어든 반면 상대적으로 생산 유발효과가 적은 부동산업 대출은 크게 상승했다.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2010년 말 68조 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3조 1000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업대출 가운데 부동산업 비중은 2010년 말 17.0%에서 지난해 말 25.1%로 크게 확대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리스크 부담 회피 경향이 짙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기업대출이 줄어든 이유는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가계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안전자산 위주의 여신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BIS비율 산정시 주담대 위험가중치 확대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가계‧기업 대출 예대율 가중치 차등화 등을 시행할 것”이라며 “감독‧검사 시 은행의 생산적 자금공급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은행별 현황을 평가‧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최근 은행들도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움직임에 분주한 모습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은행 등은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보증기관에 총 500억원의 특별출연을 통해 총 2조6000억원의 대출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신한 두드림 프로젝트’를 통해 생산적 금융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한 두드림 프로젝트는 ▲청년 고용 등 일자리 창출지원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및 자금 공급 ▲사회취약계층 지원 등의 사업이 골자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구성혁신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위비핀테크랩’을 실시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2020년까지 총 18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 성장에 일조할 방침이다. ▲스타트업(신생기업) 등 중소 벤처기업 투자 확대 ▲우수 기술·유망 중소기업 대상 기술금융 활성화 ▲신성장 기업 및 4차 산업 선도 기업 육성 ▲창업·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에 15조원 가량을 투입한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금융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에 1조 7000억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에 1조 5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도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등 생산적 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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