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산업부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국가핵심기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구체적이고 심도있는 검토 후 결정을 내리고자 추가로 전문위원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산업계는 이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진행 결과에 따라 LG디스플레이, LG화학, SK하이닉스 등으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해서다.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 건강검진자료와 함께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입증하는 증거물 중 하나다. 6개월마다 공장별로 작성해 제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생산시설 구조, 장비 배치, 사용된 화학제품명 등 생산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계는 경쟁사에서 충분히 생산 기술을 유추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며 제3자 제공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국가 핵심기술로 보호받고 있다"며 "중국과 기술 격차가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을 제외하고 대부분 1~2년으로 단축된 상황에서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지난 9일 작업환경 보고서는 기업의 영업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대해 제3자를 포함한 전면 공개 방침을 확정했다.

따라서 산업부의 국가핵심기술 여부 판단이 중요해 졌다. 삼성전자는 국가핵심기술 판단이 나올 경우 이를 행정소송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역시 이를 눈여겨보고 있다. 오는 17일 상장 예정이었던 삼성디스플레이 정보공개 행정심판을 잠정 연기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7일 정보공개를 취소해달라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 청구와 함께 정보공개 집행 정지를 신청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재 입증을 위해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는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도 아닌 제3자에게까지 이를 공개하란 의도를 모르겠다"며 "고용부가 공개 대상에 삼성전자·디스플레이·SDI를 모두 포함한 만큼 동일 업종은 물론 유사 업종으로도 정보공개 청구가 확산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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