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한국전력이 서민 주택으로 꼽히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공동설비 전기세를 인상하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적자를 메우기 위해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3월 18일부터 비주거용 시설의 계약전력 3kW 이하에만 주택용전력을 적용하고 4kW 이상은 일반용전력을 적용했다. 하지만 고객의 민원이 잇따르는 등 논란이 커지자 금일 이를 유보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비주거용 시설에는 흔히 '빌라'라고 불리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승강기, 현관·계단 조명 등 공동설비가 포함된다.

그동안 한전은 전력 사용량이 적은 주거용 시설에 대해 요금 부담 완화 차원에서 5kW 미만인 비주거용 시설에 저렴한 주택용전력을 적용해 왔다. 아파트처럼 일반용전력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에너지 공기업으로써 공공성 차원에서 지원해온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지난해 경영손실 이후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8.78% 급감한 4조9532억원. 4분기에는 1294억원을 기록하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 2분기 경영정상화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탓에 영업이익을 구성하는 전력구입비와 연료비가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전은 탈원전·석탄 정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입비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을 높였다. 결국 전력구입비는 전년 대비 32.6%, 연료비는 17.5% 증가했다.

따라서 실적 악화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90% 가까이 감소한 18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 한전의 키를 잡은 김종갑 사장은 취임과 함께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김종갑 사장은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비상경영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전의 수익 구조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 없이 실적 개선은 힘들어 '마른 수건'이라도 쥐어 짜야할 판이다.

결국 이번 빌라 공용전기요금 인상 논란은 한전이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인상이 이뤄졌다면 약 30만호의 전기료가 호당 월평균 최대 3만원 올라  한전은 연 108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었을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고객의 민원을 최소화하고자 3개월의 안내 기간을 거쳐 2018년 3월 1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으나 일부 다가구·다세대주택 고객의 전기요금 부담이 다소 증가할 수 있어 시행을 유보하고 다가구·다세대주택 고객들의 요금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 후 시행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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