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장, 선관위의 후원금 위법 결정 후 사의표명
정부 인사책임론 고심, 국회의원 전수조사 청원 쇄도

김기식 금감원장이 외유성 출장 의혹 등으로 취임 2주만에 불명예 퇴진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 및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취임 2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원장의 ‘5000만원 셀프후원’ 의혹과 관련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김 원장이 더는 자리를 지킬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취임 6개월만에 물러난데 이어 김 원장마저 각종 비리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인사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잇단 금감원장 낙마로 현 정부의 금융개혁 작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지난 16일 선관위의 후원금 위법 결정이 나온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 사임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김 원장 의혹과 관련해 선관위에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를 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해외 출장 중 관광이 적법한 지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국회의원이 시민단체 또는 비영리법인의 구성원으로서 종전의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김기식 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원장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직의 무거운 부담을 이제 내려놓겠다”며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원장은 선관위의 위법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총선 공천 탈락이 확정된 상태에서 유권자조직도 아닌 정책모임인 의원모임에 1000만원 이상을 추가 출연키로 한 모임의 사전 결의에 따라 정책연구기금을 출연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의 판단을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원장은 “법 해석상 문제가 있는 경우 선관위는 통상 소명자료 요구 등 조치를 하지만 지출내역 등을 신고한 이후 당시는 물론 지난 2년간 선관위는 어떤 문제제기도 없었다”면서도 “법률적 다툼과는 별개로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사임배경을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 2일 취임 직후 19대 국회의원 시절 한국거래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우리은행 등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미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3차례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국회의원 임기만료 직전 5개월간 3억6849만원의 후원금을 쓴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후원금을 보좌진 6명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2200만원을 지급하고 친분있는 단체나 교수에게 연구용역비로 7000만원, 동료의원 후원금으로 2000만원, 자신이 소장을 맡았던 더미래연구소에 5000만원을 기부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원장의 출장비용을 지원한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더미래연구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4곳을 지난 13일 압수수색하고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김 원장의 사퇴로 정치권과 금융계에 상당한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2명의 금감원장이 비리의혹으로 잇따라 낙마하면서 정부에 대한 인사책임론이 지적되고 있다. 

또한 김 원장의 발목을 잡았던 피감기관 외유 출장과 후원금 문제가 정치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실제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의 외유출장과 정치후원금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달라는 청원글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를 청원한다’는 글이 게재된 후 10만여명이 참여했다. 6월 지방선거가 두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이 김기식 사태로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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