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미래 그린 권오준 회장, 결국 사임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보이지 않는 손'에 좌우되어 온 포스코 수장 자리. 이번 정권에서도 이변은 없었다.

포스코는 18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권오준 회장의 사임을 확정했다. 권 회장은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며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젊은 사람에게 회사의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권 교체 후 수장이 교체되는 '포스코 잔혹사'가 반복된 것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임설에 시달렸다. '최순실 게이트'에 포스코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 회장을 향한 '흔들기'가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서도 세계적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제외됐다.

사실상 외압으로 받아들여질 만 했지만, 권 회장은 임기를 채울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포스코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권오준 회장은 "정도에 입각해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며 임기 완주 의사를 피력했다. 또 그는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 연결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을 달성하겠다"며 포스코의 미래 전략을 밝혔다.

여기에 권 회장은 1986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스코 EU사무소장, 기술연구소장, 기술총괄 사장을 지낸 바 있는 포스코맨으로 개인적인 비리로 연루된 것이 없고 경영성과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갑작스러운 권오준 회장의 사임이 정권 압박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 잔혹사는 고 박태준 초대회장부터 지속됐다. 권 회장을 포함해 총 8명의 역대 회장 모두 외압으로 사퇴한 것이다.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고 박태준 전 회장이 김영삼 정권과 마찰을 빚으면서 자리를 내려온 이후 황경로·정명식·김만제 전 회장이 잇달아 중도 하차했다.

2000년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며 정부 지분을 모두 털어냈지만, 포스코를 향한 외압은 계속됐다. 당시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사퇴했고,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권의 외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권오준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사퇴 압박을 받아 사임했다. 정 전 회장은 포스코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결국 달라진 것은 없었다"며 "기업인에 대한 평가는 경영성과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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