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제강, 동아스틸 인수 진행 중
"구조관 이익도 적은데, 약소기업 생존위협"

[월요신문=김덕호 기자]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구조관 업계가 세아제강의 진출 소식에 들썩이고 있다. 자금력과 영업력을 갖춘 대기업이 순식간에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돼서다.

1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세아제강은 지난해 7월 부산·광양에 공장을 둔 ‘동아스틸’의 부실채권(BNL) 인수를 위해 엘케이파트너스대부(LKPartners)에 530억원을 대여했다. 이어 그룹 내에 대부업 계열사인 에스에스아이케이대부를 설립,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동아스틸의 인수를 진행 중”이라며 “아직은 동아스틸 관계자들의 의견조율이나 법적 의결이 이뤄지지 않아 즉시 인수는 불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강관시장에서 세아제강의 입지가 커 채권단은 인수에 긍정적 반응”이라고 말했다.

구조관 업계는 세아제강의 동아스틸 인수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이 영업망을 확대하고 원자재 매입경쟁력을 높인다면 시장 지배도 가능해서다.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골목상권으로 대변되는 중소기업 시장을 보호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관의 경우 타 제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중소기업들로 시장이 구성돼 있다. 특히 전방산업인 건설업이 부진하면 즉각적으로 타격을 받는 업종이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섯불리 몸집을 키우지도 못하고 있다.

동아스틸만 해도 법정관리 전까지 월 1만2000~1만8000여 톤의 물량을 판매해 100여개의 관련 제조사 중 상위권을 유지하던 기업이었다. 동아스틸의판매가격이 부산·경남지역 구조관 가격 기준이 되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건설업 부진으로 시장이 흔들리면서 동아스틸은 타격을 맞았고 결국 실적악화로 법정관리에 처하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조관의 경우 세아제강이 주로 생산했던 배관재 대비 이익이 낮고 경쟁이 심한 품목이다”며 “이윤 적고 경쟁이 심한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서면 소규모업체들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구조관의 경우 타 철강제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요구되는 기술수준도 높지 않아 주로 중소기업이 생산과 판매를 전담하는 시장"이라며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종에서의 불황이 이어짐에 따라 수요가 정체된 상황인데 대기업이 참여할 경우 작은 업체는 경쟁력 잃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세아제강의 동아스틸 지원이 이미 시작됐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아스틸이 월 7000~8000여톤의 물량을 판매하고 있다”며 “은행 대출도 안 되는 상황에서 원자재를 구매하고 판매까지 한다는 것은 지원 없이는 힘들 것”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세아제강 관계자는 “국내 구조관 시장은 중국산 철강재의 가격공세에 점차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아스틸의 핵심자산 와해 및 일자리 상실, 구조관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기여하기 하기 위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추가적인 지원이나 금융적 도움은 주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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