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2인 개별면접 후 20일 최종 후보 결정
후보추천 논란가열…김용환 회장 3연임 여부 주목

NH농협금융지주 본사.<사진=농협금융지주>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자산규모 389조원의 NH농협금융지주를 이끌 새 수장이 오늘 결정된다. 농협금융 첫 3연임을 노리는 김용환 현 회장과 금융권 내 유력인사로 꼽히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최종 회장 후보군에 오르면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금융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베일에 가려진 농협금융의 회장 인선 과정을 놓고 ‘공정성 시비’도 불거졌다. 특히 김용환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은 후보직을 고사하거나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이들에 대한 후보추천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16일 최종 회장 후보군(숏리스트)으로 김용환 회장과 김광수 전 FIU 원장, 윤용로 코람코자산신탁 회장 등 3명을 확정했다. 이중 윤용로 회장은 후보직 고사 입장을 밝혀 농협금융 회장 인선은 2파전으로 치러진다.

임추위는 19일 김용환 회장과 김광수 전 FIU원장을 대상으로 개별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 1인을 결정할 예정이다. 회장 내정자는 이달 23일경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두 사람 모두 ‘행정관료 출신’으로 농협금융은 또 다시 관료출신 회장을 맞게 됐다. 농협금융은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와 금융당국과의 소통관계 측면에서 관료출신 회장을 선호해왔다. 이런 이유로 내부 또는 민간출신 후보는 단 1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용환 회장(67세)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서울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을 거쳐 2015년 4월부터 3년간 농협금융 회장직을 맡았다.

김광수 전 원장(62세)은 전남 보성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금융정보분석원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맡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3년 출범 이래 내부출신인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관료출신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 하지만 정해진 임기(2년)를 채우고 연임(1년)까지 한 회장은 김용환 회장이 유일하다.

신충식 전 회장(1대)은 3개월, 신동규 전 회장(2대)은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과의 갈등(경영간섭)으로 취임 1년만에 중도 사퇴했다. 임종록 전 회장(3대)도 임기 4개월을 남기고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용환 회장은 농협금융 실적개선에 힘입어 일찌감치 3연임 가능성이 점쳐져왔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빅배스(Big Bath)’를 단행해 조선해운 부실에 따른 대규모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여신심사체계를 개편했다. 그 결과 농협금융은 지난해 역대최대인 85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은 올해 실적도 순항 중이다. 올해 목표손익 1조원 달성을 내건 농협금융은 1분기 연결순이익으로 3000억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광수 전 원장은 금융위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감원장 등 금융권의 주요 수장 인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름이 부각돼왔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바 있다. 최근에는 김기식 금감원장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취임 2주 만에 사임하면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환 회장과 김광수 전 원장 모두 금융분야 전문성 및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으나 각각 채용비리와 저축은행 비리 연루의혹으로 도덕성에 큰 흠결이 있다.

김용환 회장은 지난해 금감원 채용비리 연루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김광수 전 원장은 2011년 8월 부산저축은행 뇌물수수(4000만원) 혐의로 구속되면서 FIU 원장직에서 물러났으나 2013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다.

두 사람이 비리혐의를 벗었다고는 해도 공익성이 강한 농협금융의 수장을 뽑는 만큼 엄정한 잣대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김용환 회장은 농협금융에서 3연임 사례가 없는데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연임’을 지적하며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주문하고 있는 만큼 회장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례로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금융당국의 권고를 묵살하고 김정태 회장 3연임을 강행해 마찰을 빚은 바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김정태 회장 재선임 과정의 적정성 여부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하나금융 지배구조 검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광수 전 원장의 경우 그간 금융권의 주요 요직마다 하마평을 올려왔던 터라 농협금융 회장직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간·정계출신 금감원장들이 불과 한달 사이에 낙마하면서 차기 원장으로 관료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여전히 외부인사 발탁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김 전 원장의 금감원장 입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임종록 전 회장이 농협금융을 거쳐 금융위원장에 오른 전례에 비춰 김광수 전 원장도 농협금융을 징검다리로 삼아 후일을 도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호남출신(전남 나주)이어서 같은 동향 출신을 지주회장으로 선임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내에서는 농협금융 회장 후보추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이준행(위원장)·이기연·정병욱 사외이사와 비상임이사인 유남영 정읍농협조합장, 사내이사인 이강신 농협금융 경영기획부문장 등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추위원들이 각 7명씩 총 35명의 회장 후보를 추천한 후 내부검증과 심사를 거처 최근 3명의 숏리스트를 결정했다.

하지만 임추위가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직에 취임한지 두달이 채 안된 윤용로 회장을 최종 후보군에 올린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윤용로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된데 대해 “반장 선출만도 못한 선임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장 선출 과정은 투명하고 엄격해야 하며 구성원들의 충분한 공감을 얻어야 한다”면서 3배수 이상의 최종 후보자 재결정과 임원공개모집제도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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