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5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인강재단 장애인 인권유린 및 시설비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서울시가 인강재단의 운영비리·인권침해를 신고한 제보자들에게 사상 최대 액수인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공익제보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제2의 도가니’ 사건이라고 불렸던 송전원 사건이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장애인거주시설 '송전원' 사건은 2014년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 합동조사 결과 지적장애 1~2급 판정을 받은 거주 장애인들에 대한 상습적인 폭행과 성추행 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2013년 송전원 직원들의 내부고발로 장애인 인권침해 행위가 밝혀지면서 큰 사회적 이슈가 된 이 사건은 2007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영화 '도가니'를 연상시켜 이른바 '제2의 도가니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송전원은 장애인을 폭행하고 보조금을 빼돌려 파문을 일으켰던 '인강원'을 운영한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의 또다른 산하시설이다.

경기도 연천군에 위치한 송전원에는 장애인 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바깥 세상과 격리된 이 시설에서 외출을 금지당한 채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결과 송전원 종사자 A씨는 상습적으로 시설 내 곳곳에서 장애인들을 폭행하고 벌을 주거나 밥을 주지 않고 욕설을 하는 등 학대를 일삼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훈계한다는 게 학대의 이유였다.

특히 A씨는 장애인들이 싸웠다는 이유로 수시로 이들의 머리채를 잡거나 뺨과 머리를 수차례 때렸으며 심지어 장애인 몸 위에 올라타 짓누르거나 손이나 몽둥이로 피해자들의 머리·명치·엉덩이 등을 때리고 목 뒷덜미를 잡아 흔들거나 손을 꺾는 등 방법으로 폭행했다.

A씨는 장애인들에게 욕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도 상습적으로 했다. 같은 종사자들에게조차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기가 월급이나 받아 처먹는 곳이냐' '평생 X이나 치우세요'라면서 막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손을 꺾어 강제로 일어나게 하거나 손이나 목의 급소를 눌러 고통을 가했다.

또다른 종사자 B씨는 여성 장애인을 수시로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혀 몸을 만지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등 성추행했다. B씨 역시 A씨처럼 장애인의 목을 잡아 아래로 짓누르는 등 장애인을 학대했다.

또 B씨는 연인 관계인 장애인들이 성관계를 가진 후 해당 여성이 두 달간 생리를 하지 않자 의사처방이나 당사자 동의 없이 강제로 사후피임약을 먹였다.

그 결과 A씨와 B씨는 폭행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피보호자간음)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인강재단 이사장 등 고위관계자들도 업무상 횡령과 사회복지사업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공익제보 지원위원회를 열고 2013년 10월 인강재단 비리와 인권침해를 고발한 직원들에게 1억2874만5000원을 지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한 공익제보 보상금 중 최고 액수다.

보상금 지급 대상자들은 당시 재단의 비리와 인권침해 행위에 항의하다가 시설 내에서 따돌림과 근무차별, 타부서 전보 등의 보복을 받자 서울시와 인권위원회 등에 공익제보를 한 뒤 퇴사했다.

시는 국가인권위회와의 합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4년 3월 비리 재단 이사진을 전원 교체명령하고 같은해 6월에는 재단이 부정사용한 시 보조금 10억2745만6890원을 환수했다.

당시 재단 운영진은 이에 불복해 보조금환수조치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2015년 9월 새로 구성된 재단 공익 이사진이 지난해 8월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따라 제보 후 4년여 만에 보상금 지급이 이뤄졌다.

서울시 공익제보 지원위원회 당연직 부위원장인 최정운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해당 사례는 복지시설 안에서 은밀하게 벌어진 인권침해와 보조금 부정 사용을 소속 직원들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로 적발해 성공적으로 처리한 전형적인 예"라며 "이번 보상금 지급을 계기로 특히 공공예산의 부정사용에 관한 공익제보가 더욱 활성화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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