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출입기자 메일로 슬그머니 사과…"진정성 의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제공 = 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2일 오후 늦게 사과문을 통해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최근 경영일선에 복귀한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회장은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며 "대한항공의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이에 보임한다고 전했다. 유사사태 재발을 위한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그룹 내에 구성하는 계획도 덧붙였다.

'땅콩회항', '물벼락 갑질'. 두 딸의 만행으로 조 회장은 벌써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조 회장의 사과에도 분위기는 사늘하다. 일단 발표 시점이 지난 21일 관세청이 밀수 및 관세 포탈 의혹에 따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자택 3곳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 역시 조현민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재직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불법 등기, 탈세 등 각종 비리 의혹은 검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무엇보다 조 회장의 사과문 발표 시점도 대한항공 출입기자들 메일을 통해 일요일 늦은 오후 발표,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 회장 본인과 아들인 조원태 대표이사의 보직은 그대로  유지한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현아 사장 때처럼 시일이 지난 후 슬그머니 복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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