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태수 한진칼 대표, 대한항공 부회장 보임
“조 회장 오른팔, 눈 가리고 아웅” 직원 성토글 봇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서 비롯된 오너가(家) 행실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전격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 전무를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한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대한항공 부회장직에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을 비롯, 재계는 석 대표가 조 회장의 심복(心腹)인 점을 들며 인적 쇄신에 부적합한 인물이라 평가하고 있다. 경영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없어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이 나온다.

23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는 앞서 발표된 조 회장의 사과문을 두고 대한항공 직원들의 비판 섞인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조 회장이 전문경영인 도입 의사를 밝히며 앞세운 인물이 이른바 조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것.

대한항공 직원들은 현재 조 회장이 부회장직에 보임한 석 대표에 관해 “조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 “하수인에 불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조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경영진에서 전면 배제하고, 외부인사로 체제를 꾸려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석 대표는 그룹 내 재무통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해 2000년 대한항공 경영기획실팀 이사를 거쳐 2003년 경영기획실 실장(상무), 같은 해 11월엔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 본부장(상무)을 역임했다. 2008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는 한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2013년 8월부터 그해 12월까진 한진칼 대표이사 자리에 있었다.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진해운 사장을 맡기도 했다.

석 대표는 2016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돼 한진해운 청산 과정을 관리했으며, 지난해 한진칼로 복귀한 직후 자회사 진에어의 기업공개(IPO)를 이끌었다. 진에어의 상장으로 한진칼 재무구조 개선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업무상으론 굉장히 꼼꼼한 성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석 대표는 조 회장의 최측근이며, 오른팔인 것으로 전해진다. 석 대표는 한진칼로 복귀하며 조 회장, 조현태 대한항공 사장과 더불어 3인 체제를 구축했다. 재계에선 그룹의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하던 석 대표가 조 회장에서 조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 과정에도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조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석 대표가 이번 대한항공 사태를 진정시킬 전문경영인 체제에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다. 조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석 대표가 독립적으로 전문경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보통주 29.96%, 우선주 0.86%를 갖고 있는 한진칼이다. 석 대표는 한진칼 및 대한항공 지분도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아 주주로서의 영향력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석 대표가 조 회장의 오른팔임을 감안할 때 결국 이대로라면 대한항공은 절대 쇄신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너가 갑질로 이미 신물이 났을 대한항공 직원들이 바라는 전문경영인은 회사 내부 인물이 아닌 외부인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비난 여론이 이처럼 거센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해결책은 오너 일가가 모두 물러나는 것뿐 다른 방법은 없다”면서 “조 회장이 계속 남아있는 한 언제가 됐든 조 전 부사장, 조 전무가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2일 사과문을 통해 “조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도록 하고, 조 전 부사장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 이 자리에 석 대표를 보임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사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외부인사가 포함된 준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이번 사태를 통해 상처 입은 피해자, 임직원 및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환골탈태해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현재 조 전 부사장과 조 전무의 사퇴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사퇴 절차나 이사회 소집 일정 등 세부적인 사항도 뚜렷한 윤곽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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