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주장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개입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3일 엘리엇은 웹사이트를 통해 '현대 가속화 제안서(Accelerate Hyundai Proposals)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시선'을 공개하고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경영진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여기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제안이 담겼다.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주주환원 정책 세부 로드맵을 요구한 지 20일 만이다.

엘리엇은 포터 캐피탈과 함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각 회사 발행 보통주 총수의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딴지를 건 엘리엇. 그들은 가속화 제안서를 통해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했다. 우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합병한 후 다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이어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공개매수, 마지막으로 기아차와 지주사 및 사업회사 간의 지분 관계를 해소하는 안을 내놨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현금(각 6조원으로 판단)을 주주에 환원하고 투명한 배당정책, 최고수준의 이사회, 정관, 기업경영구조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경쟁사 기준에 맞춰 배당지급률을 순이익 기준의 40~50%로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엘리엇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몇 가지를 제시했다. 하나는 다단계 지배구조가 불필요한 세금을 중복 납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엘리엇측은 세금의 현재가치를 1조8000억원으로 판단했다. 또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이유와 현대글로비스와 주식 교환 비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가치가 적정하게 실현되는 절차가 없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안고 있는 금융계열사 분리 문제 역시 다른 대안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엘리엇의 방안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할 만한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추후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할 가능성은 높아진 셈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현대글로비스 활용안이 빠진 엘리엇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 과정을 중단시킬만한 사항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 주주를 설득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따라서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신규사업 관련 계획을 추가로 공개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엘리엇의 이번 제안으로 현대차 주요 3사의 주가는 강세로 전환됐다. 대규모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어 주가 상승 기대요인이 된 것이다.

24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현대차 주가는 16만3000원으로 전일 대비 2.19%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 역시 0.32% 상승한 3만1450원에 거래 중이다. 오전 한때 3만17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25만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24만5000원을 오가고 있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역풍을 맞았다. 전일 대비 4.52% 하락한 16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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