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용찬 충북 괴산군수.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나용찬 충북 괴산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직위 상실형을 선고받자 지역 민심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현 군수마저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서 괴산군은 주민이 단체장을 직접 뽑는 민선자치제가 1995년 도입·시행된 이래 23년 동안 군수 4명 모두가 사법처리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 군수의 상고심에서 원심과 같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지 불과 1년여만이다.

나 군수는 지난 2월 괴산군수 재선 도전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날 선고로  6월 13일 지방선거 출마는 어렵게 됐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되고 5년간 선거 출마도 금지된다.

재판부는 “괴산군수 선거에 출마할 것을 마음먹은 다음 선거구 안에 있는 단체에 금품을 기부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기부행위를 대여행위로 거짓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에 관련된 기부행위와 허위사실 공표는 선거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유권자들의 진의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나 군수는 괴산군수 보궐선거를 앞둔 2016년 12월 14일 다른 지역에 견학을 가는 자율방범대 간부 A씨에게 "대원들과 커피 한잔 사 먹으라"며 찬조금 명목으로 20만원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논란이 일자 나 군수는 지난해 3월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인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가 야유회를 떠나는 현장에서 돈을 빌려줬다가 되돌려 받았을 뿐 찬조금을 주지 않았다"며 당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1·2심 재판부는 이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나 군수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나 군수의 직위 상실에 괴산군 공직자와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괴산군청의 한 간부공무원은 "임각수 전 군수에 이어 나 군수까지 비리로 낙마하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청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비리를 저지른 수장 밑에서 일하는 공무원도 군수와 매한가지라는 말까지 하고 있어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창피하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47)씨는 "전 현직 군수가 모두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중도 낙마했다"며 "군정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6·13 괴산군수 선거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전현직 군수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공명하고 깨끗하게 치러져야 한다"며 "군민들도 지역 발전을 이끌 적임자를 뽑는데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괴산의 치욕은 민선 1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선 1~2기 김환묵 군수, 3~4기 김문배 군수, 4~6기 임각수 군수 등 3명의 전직 단체장 모두가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1995년 초대 민선 괴산군수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김환묵 전 군수는 1998년 선거 과정에서 지역 경로당을 돌며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원심이 2년 뒤 대법원에서 확정돼 낙마했다.

2000년 6월 재선거로 군수직을 꿰차고 재선까지 오른 김문배 전 괴산군수는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되면서 군수직에서 내려왔다. 김 전 군수의 부인이 2002년 1월 군청 직원의 부인으로부터 승진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06년 6월 선거에서 당선돼 내리 3선 연임에 성공한 임각수 전 군수는 2016년 11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5년에 벌금 1억원, 추징금 1억원을 받은 원심이 확정돼 군수직을 상실했다. 이어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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