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담합은 없었다. 좋은 환경 제공하고자..."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CJ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도 영화 관람료를 인상한 가운데 메가박스까지 가격 인상을 선포하고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이번 가격 인상은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담합”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고 나서 향후 공정위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 실정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영화 관람료를 1000원 인상한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 역시 지난 19일부터 1000원의 가격인상을 시행했다. 메가박스의 경우 같은 금액의 인상을 오는 27일부터 단행할 예정이다.

대형 멀티플렉스 3사의 국내 시장점유율 합계는 무려 97% 수준에 육박한다. 영화업계를 움직이고 있는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금액을 인상하고 나선 것은 ‘담합’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현장의 주된 목소리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CGV피카디리1958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멀티플렉스 3사의 순차적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독점 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하고 나서며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2년 전 가격 인상의 경우 수개월의 간격을 두고 각 사가 가격 인상을 진행했지만, 이번의 경우 3주만에 단행된 만큼 공동행위가 있다고 볼 소지가 크다”며 “업계 1위인 CGV의 가격 결정에 따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상호 또는 순차적인 묵시적 합의에 의해 동조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상영시장에서 2017년 기준, 극장 수 80.2%, 스크린 수 92.2%, 좌석 수 92.5%를 점유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시장점유율을 97%대로 유지하는 등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 멀티플렉스 3사가 동일한 시기에 가격을 인상한 것은 국내 상영시장 거래의 가격 결정에 영항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고 나섰다.

특히 이번 인상은 개봉(4월25일)을 하루 앞두고 있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 2018)를 의식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어 더욱 논란이 가중된 상황.

현재 어벤져스는 개봉 전임에도 불구하고 96.8%(CGV 기준)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3사는 “결코 담합은 없었다”며 “물가인상 및 더 좋은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 재투자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해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는 5월 황금연휴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이 높아진 실정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3사의 영화표 가격 인상을 두고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고 있다.

트위터리안 ‘@joynumbe****’은 “돈을 못 벌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가격 인상 한다는게 말이 안된다”며 “돈을 못 벌었으면 다른 데서 줄이면 되지 왜 관람객을 힘들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 ‘@marry_xi****’ 역시 “영화는 보고싶은데 가격이 올라서 너무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으며, ‘@h_lo****’는 “최근에 개관한 CGV를 방문했는데 괜찮은 시설을 기대했지만 마스킹 설비조차 없는 곳은 처음봤다”며 “인상된 가격이 무색할 뿐”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 속에서 결국 공정위는 이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사의 본사를 각각 현장조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16년 공정위는 영화관 3사의 좌석별 차등 요금제 적용으로 인한 가격 인상과 관련해 유사한 기간에 3사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사실만으로 담합이나 부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담합 혐의 신고를 접수받은지 불과 하루만에 현장 조사에 나선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이번 공정위의 판단에 더욱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편, 이번 가격 인상과 관련해 업계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CGV 측은 “관객수의 증가는 정체된 반면 극장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이에 따라 관리비 및 임차료, 시설투자비 등의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일 뿐, 특정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3사가 담합해 인상했다는 식의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아울러 “가격 인상이 영화산업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물론, 더 좋은 시설 및 관람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 구조로 자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CGV의 공식적인 가격 인상은 지난 2014년 이후 4년만이다. 이들은 당시에도 관람료를 1000원 인상했던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좌석별 차등 요금제의 시행을 통해 일부 프리미엄 좌석의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요도가 낮은 좌석의 경우 오히려 가격을 낮추는 등 소비자 선호도에 따른 다양화 정책을 펼친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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