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미 E.Mi KOREA 대표 (사진=유수정 기자)

[월요신문=유수정 기자] 대한민국 뷰티산업의 발전 속도가 가히 놀랍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K-뷰티 제품의 위상이 하늘을 치솟는 것은 물론, 전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의 실력은 해외 유수의 전문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대한민국의 네일산업 역시 급속도로 발전했다. 실제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는 네일아트(nail art)와 관련한 해시태그(#)가 줄을 잇는가 하면, 한 건물 건너 한 건물에 네일숍이 입점해 있는 홍대나 강남 등지가 아니더라도 심심치 않게 네일숍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철(이철 헤어커커), 박승철(박승철 헤어스튜디오) 등 디자이너 이름을 내 건 프랜차이즈가 발달한 헤어시장과는 달리 네일의 경우 그렇다할 프랜차이즈 형태의 매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아울러 창업 이후 매출 대비 임대료 등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뷰티산업에서 유독 네일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김연미 E.Mi KOREA(이엠아이 코리아)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E.Mi School의 네일아트 교수자격 과정을 이수해 E.Mi 지사를 설립·운영 중인 김 대표는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을 내세울 만큼 그렇다할 실력을 보유한 디자이너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 마디로 정리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보통적으로 인턴·스텝·디자이너 등의 오랜 경력을 거친 뒤 창업을 하는 헤어숍과 달리 네일숍의 경우 네일국가자격증을 취득 후 바로 개인숍을 차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네일 기술 자체가 본인의 능력이나 역량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단순 자격 취득만으로는 이미 포화된 네일 시장에서 안착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네일리스트들이 성급하게 나서기 때문이라는 것.

“헤어와는 달리 네일의 경우 개인숍을 차리는데 드는 초기투자비용이 현저히 낮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국비지원 등을 받아 네일 자격증을 취득한 후, 현장에서 필요한 실력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개인 창업에 뛰어드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결국 이를 알아본 고객들에게 외면 받고 실패를 맛보게 되지만,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또 다시 이를 반복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대한민국에도 네일 프랜차이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성공 괘도를 달리지 못하고 결국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네일 아티스트가 아닌 단순 사업가가 인테리어와 제품 등만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이 김 대표가 더욱이 실력을 가진 디자이너 양성에 힘쓰고자 하는 이유다.

예비·현직 네일리스트들이 E.Mi 코리아 네일 스쿨에서 실무에 필요한 추가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실제 외국의 경우 네일 기술에 대한 교육시스템이 매우 까다롭고 체계적이다. 김 대표가 공부했던 E.Mi School만 하더라도 그렇다. 유럽시장에서 80%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세계적인 네일 아티스트 Ekaterina Miroshnichenko의 이름을 본 따 설립된 E.Mi의 수료 및 교수자격 취득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브랜드 확장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지사 설립 자격을 섣부르게 내주지 않으며,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선정하지 못하자 러시아 본사가 직접 미국 지사를 설립해 운영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조금 늦더라도 자부심을 가지고 네일리스트 양성에 힘쓰고 있는 유럽지역의 교육방식과는 달리, 국내의 경우 단순히 자격 취득을 목적으로 한 교육이 주가 된 상황이다. 수능을 위한 일원화된 주입식 교육처럼 네일 교육 역시 국가고시 통과를 위한 획일화된 방식 주입에 그치고 있는 것. 자격 취득 이후의 실무 교육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해 김 대표는 “국가의 잘못된 지원 방식이 대한민국 네일 산업의 발전을 더욱 활성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네일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국비지원은 활성화된 상황이지만, 막상 그 이후의 취·창업까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실정입니다. 헤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뷰티사업이 사치성으로 분류돼 간이과세를 적용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개인 사업장에서 갓 자격을 취득한 새내기 네일리스트를 채용해 교육하고 실무에 적용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실무 경험 없이 창업에 뛰어드는 실정인데, 자격 취득 후 실무에 필요한 교육만 추가적으로 이수하더라도 실패할 가능성은 반 이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에서 실무에 필요한 교육에 대해서는 지원이 거의 미미한 상황이기에 결론적으로 많은 네일 자격가를 배출만 해놓고 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지 못하는 꼴인 셈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가의 정책을 변화케 한다거나 무조건적인 지원만을 바랄 수만은 없는 노릇. 이에 김 대표는 네일리스트 취업 및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단순히 국비지원을 통한 자격증 취득 후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만한다거나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두려워해 실무 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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