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가 14년 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이익소각이다.

27일 현대차는 공시를 통해 보통주 661만주, 우선주 193만주 등 총 854만주를 소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발행 주식 총수의 3% 수준이다.

현대차는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569만주를 소각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285만주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형태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액으로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5600억원, 추가 매입 후 소각 4000억원 등 총 9600억원 규모다.

소각 시점은 기존 보유 자사주는 오는 7월 27일, 매입 후 소각할 자사주는 매입 완료 시점이다.

현대차측은 이번 결정은 2014년부터 이어온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2001년, 2004년에도 각각 1100만주, 132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최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대해 공세를 취하면서 현대차가 이에 맞대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 23일 '현대 가속화 제안서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서신'을 공개하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지주사로 전환하고 현재와 미래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할 것으로 요구한 바 있다.

즉 현대차그룹 주주 가치 실현을 빌미로 이번 지배구조개편에 개입하려 드는 엘리엇의 계획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란 분석이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현대모비스가 분할합병 이후 존속 현대모비스의 가치와 전략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엘리엇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불할합병'에 이의를 제기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존속 모비스의 매출 규모를 매년 8%씩 성장시켜 2025년까지 44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향후 현대차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써 존속 현대모비스가 신기술과 신사업 확대를 주도하는 등 그룹 지배회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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