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법원, 10년만에 외환파생상품 피해기업 손 들어줘
키코공대위 “은행의 키코 사기판매 확인, 검찰수사 주시”

키코 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 등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지난달 4일 서울중앙지검에 키코판매 은행들을 사기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월요신문=임민희 기자] 인도에서 은행이 판매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해 계약 원천 무효판결이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 2013년 9월 우리나라 대법원이 키코가 불공정계약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과는 대조적인 판결로 향후 검찰의 수사와 법원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 키코 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회(이하 키코 공대위)에 따르면 최근 인도 타밀나두주 코임바토르시 법원(지방법원)은 현지 의류회사인 Free look Fashions가 인도 ICIC BANK를 상대로 제기한 외환파생상품(KIKO)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1심)을 내렸다.

인도 법원은 2008년 7월 11일 소송이 제기된 후 10년 만에 당시 외환파생상품을 판매한 피고 ICIC BANK에 대해 외환파생상품 관련 계약은 원천적으로 무효이며 불법적이고 인도중앙은행(RBI)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당 계약과 관련해 원고의 계좌를 부실자산 또는 비용으로 분류하거나 정기예금의 조정 등 어떠한 방법으로도 원고에 대해 청구를 하거나 청구를 강제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원고와 동일한 이들은 결과적인 영구적 금지명령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번 인도법원의 판결로 인도내 키코관련 피해기업들은 형사소추, 손해배상, 인도중앙수사국 조사와 홍보활동을 통해 외환파생상품의 부당함을 알려나가는 한편 손실된 자산을 회복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는 인도에서 은행이 판매한 파생계약상품이 원천 무효임을 확인하는 판결이 나온 만큼 국내의 유사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키코공대위와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정의연대,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4일 키코사건 관련 시중은행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재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고발장과 함께 ‘키코판매 수수료’와 ‘SC제일은행 녹취록(제로코스트로 속여 키코 가입 유도) 등 사기혐의를 입증한 새로운 증거를 검찰에 제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배당받아 재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붕구 키코공대위 회장은 “키코는 은행이 저지른 사기사건이며 은행들은 파행상품을 환헤지(위험회피) 상품으로 홍보, 판매했고 실질적으로 피해기업들에게 계약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인도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은행이 소송 진행을 과도하게 지연시키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원칙적으로 무효한 계약임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키코 공대위는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과정을 지켜보면서 대응해 나가는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기관들과 키코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신한은행 등 14개 은행은 지난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키코를 수출 중소기업에 집중 판매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1000여개의 기업들이 10조원(추정) 규모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키코 공대위와 금융위는 3일 키코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금융관련 지원방안에 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주요 지원방안은 ▲신규금융거래 ▲구조조정 ▲일시적 경영애로 해소 ▲분쟁조정 ▲대표자 채무재조정 ▲재창업 지원 등 6가지로, 금융당국은 키코 피해기업들의 금융거래 정상화와 재기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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