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진행된 디지털정당위원회 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홍준표 대표가 임명장을 수여하다 민경욱 의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좌파 정권의 폭주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밝힌 것과 관련, 같은날 자유한국당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은 홍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홍준표 "좌파 정권의 폭주가 심히 우려스럽다" 원색적 비난 이어져...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한국포럼2018 한반도 비핵화와 新 동북아질서'에서 "한국 사회에 이런 흐름이 공산 독재에 영합하는 반역사인지, 시대의 흐름인지는 머지않아 판가름 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사회주의 체제로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역사 교과서를 새로 만들고, 주한미군 철수 등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았다"며, "우리가 북핵 폐기에만 묶여 있을 동안, 이 정부는 남북 연방제로 가는 일련의 과정을 숨 가쁘게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이러한 원색적인 비난은 처음이 아니다.

홍 대표는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지역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 참석하는 길에 당 관계자에게 “창원에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행사장 입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하는 홍 대표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보고 당 관계자에게 “뭐냐”고 물었고 “민중당에서…”라는 답변에 “창원에 여기 빨갱이들이 많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강길부 "홍준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라"

홍 대표의 '빨갱이' 발언에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일 "빨갱이보다 '홍갱이'(홍준표+빨갱이)가 더 문제"라고 홍 대표에 대한 강경 비난을 쏟았고, 결국 같은 날 자유한국당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이 홍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홍 대표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은 강 의원이 처음으로, 한국당 내에서 '홍준표 사퇴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다. 
 
4선 중진인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한국당의 상황을 보면 '과연 이것이 공당인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홍 대표는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께서 바라던 당 혁신, 인적쇄신, 정책혁신은 온데 간데 없고, 당 대표의 품격 없는 말에 공당이 널뛰듯 요동치는 괴벨스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당 대표가 지방선거에 지원유세를 올까봐 걱정하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강 의원은 "최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당 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며 "오죽하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려 반성을 촉구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 놓을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며 "잘한 일은 잘했다고 하고, 못한 일은 못했다고 하면 된다"고 했다.

강 의원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에 대해서는 그것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것"이라며 "그런데도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으로 당의 위상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 대표께 고언을 드린다"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당 운영과 선거대책은 선대위를 꾸려 맡겨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제가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강 의원은 홍 대표가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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