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성유화 기자]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의 갑질이 연일 화제다. 지난 2014년 12월 조양호의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땅콩회항’으로 논란이 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 달 차녀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아내 이명희 씨의 ‘폭력 갑질’이 연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재벌가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단기적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 문제다.

영화 '베테랑'이 이른바 '맷값 폭행'을 저지른 최철원(최태원 SK회장 사촌동생) 씨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씨는 2010년 SK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모씨를 폭행하고 '맷값'으로 2천만원을 줘 기소됐다가 집행유예를 받은 바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씨는 지난해 9월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들과 만난 술자리에서 만취 상태로 변호사들에게 욕설을 하고 폭행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하면서 가까스로 실형을 면했다.

또한 미스터피자 정우현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4월 당시 자신이 건물 내부에 있는데 현관문을 닫았다는 이유로 50대 경비원을 폭행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갑질을 예방하고 폭주를 막기 위한 견제장치가 물론 존재하기는 한다. 기업의 경우에는 이사회와 감사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기업 내에서 오너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

특히 능력과 상관없이 경영진에 오른 오너 일가의 인식 변화 없이는 더더욱 견제 장치가 불가능하다. 사회적 논란을 빚은 후에도 능력에 관계없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는 ‘족벌 경영 시스템’ 역시 문제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 제도, 소수 주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견제 시스템 등이 함께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 시절, 일제가 남긴 ‘적산기업’을 헐값에 불하받으면서 탄생했다. 이들이 정경 유착을 통한 각종 특혜와 독점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 같은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성장해 온 재벌들에게 정상적인 기업 문화나 기업 윤리는 항상 뒷전이다.

‘대기업 봐주기’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이미 수년간 대기업의 성장을 곧 자국의 성장으로 여겨 ‘대기업 봐주기’가 만연했다.

대기업의 성장이 자국의 성장으로 이어졌을지는 몰라도, 한껏 잇속을 챙긴 재벌들은 여전히 서민을 쥐어짜며 자신의 이익을 챙길 줄만 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제는 우리나라 재벌가가 실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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