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반입 은폐 지시 주장도 나와…"밀수 물품 이메일 삭제 지시"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왼쪽)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사진=뉴시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전 칼호텔 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10여년 동안 해외에서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항공 관계사와 해외 지점 전·현직 직원은 이들 자매가 온라인을 통해 쇼핑한 물품을 현지 지점에서 인도받아 세관 절차 없이 국내로 들여오는 데 가담해왔다고 폭로했다.

3일 <월요신문>은 이들 자매의 밀반입 과정에 관여했던 대한항공 관계사 및 해외 지점 전·현직 직원의 증언을 입수했다. 이 증언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해 접수된 제보다.

대한항공의 관계사에 재직했던 A씨는 “퇴사 직전까지 9년 넘게 매주 두 세 차례 조 씨 자매가 주문한 물품을 픽업해 현지 공항으로 보냈다”고 주장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조 씨 자매는 해외 지점장의 법인카드 및 개인카드로 온라인 쇼핑을 했고 이 직원은 현지 지점으로 물품이 인도되면 빈 가방에 담아 현지 공항으로 전달하는 일을 했다.

그가 기록한 날짜를 보면 2월5일, 2월13일, 2월22일, 3월1일, 3월5일, 4월5일 빈 가방을 픽업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며칠 뒤 이 가방에 주문한 물품을 담아 다시 현지 공항으로 보냈다고 제보했다.

물품이 담긴 이 가방은 ○○○ 과장 이름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실어졌다. 밀반입에 이용되는 수단은 동일 편의 여객기였다. 현직 직원인 B씨는 “화물로 간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두 여객으로 보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전에는 총수 일가의 코드가 적힌 채로 물품이 이송됐으나, 사건 이후엔 모 과장 명의로 국내에 반입돼 왔다는 주장이다.

전·현직 직원인 이들은 총수 일가 중 주로 조 씨 자매가 구입한 물품을 국내로 보내는 일을 했으며, 물품은 명품가방을 비롯해 고가의 백화점 제품, 유명 스포츠 브랜드 제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혹 유리그릇 등 깨지기 쉬운 물품도 있었다고 이들은 전했다.

보통은 박스에 담아져 보내졌으나, 2달 전부터는 가방을 이용했다고. A씨는 “물품은 엑스레이 통관 없이 국내에 밀반입 된다”고 폭로했다.

A씨는 또 “어느 때는 3개도 되고 적을 때는 사람 얼굴 만한 박스 하나가 나갈 때도 있었다”며 “빈 가방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보내야 한다. 안 보내면 윗사람들에게 혼이 난다”고 말했다. 물품 지시사항은 본사 관계자를 통해 이메일로 전해지며, 특히 이들은 본사 측에서 밀수 물품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B씨는 “특권층이라고 법을 무시하는 것을 굉장히 비통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이런 행위를 10년 가까이 보면서 양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폭로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반면, 대한항공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어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며 “제보자의 신원을 알 수 없어 주장의 진실 또한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지 지점에서 (문제가 될만한) 이메일을 지우라고 했을 수는 있으나,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 지시를 내린 바는 없다”면서 “밀수 관련한 사안은 현재 관세청에서 조사 중으로, 결론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가운데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4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촛불집회를 진행한다. 집회를 통해 이들은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외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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