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캡처.

[월요신문=장혜원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이하 전참시)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 후폭풍이 거세다.

제작진과 MBC, 최승호 사장은 공식 사과와 함께 외부 전문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러 철저한 조사 및 재발 방지책 마련을 약속했다. 애꿎은 피해자가 된 이영자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여 녹화 불참을 제작진에 전달했고 결국 전참시는 녹화를 취소하는 동시에 2주 결방을 확정지었다.

게다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참시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한 데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다수의 민원이 접수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일 방송된 전참시에서 고정 출연자인 개그우먼 이영자가 어묵을 맛있는 먹는 모습에 세월호 참사 당시 뉴스 특보 화면을 넣어 편집한 합성 장면이었다.

특히 극우 성향 온라인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일부 회원들이 과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어묵’에 빗대어 표현하며 모욕했다가 공분을 산 사례가 있어 이번 논란은 더욱 커졌다.

비난이 거세지자 전참시 제작진은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세월호 피해자 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논란이 된 방송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MBC 또한 “지난 5일 방송된 전참시 방송 내용 중 세월호 관련 뉴스 화면이 사용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본사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또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승호 MBC 사장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유가족과 시청자, 이영자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MBC는 지난해 12월 정상화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거 왜곡 보도를 반성하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께 사과드린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해 매우 죄송스럽고 참담한 심경”이라며 “사건을 보고받은 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님께 직접 사과하고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사결과가 나오면 직접 찾아뵙고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추가 사과문을 통해선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일어난 사안을 제대로 조사해 밝히기 위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내부 구성원만으로 조사를 해서는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형태의 조사위는 MBC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이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라면서 “MBC정상화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일이 생겼다. 더 확실히 개혁해서 국민의 마음 속에 들어가라는 명령으로 알고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 사안으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출연자들, 특히 이영자님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영자 님은 누구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들었다. 그런 분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당했으니 그 충격과 아픔은 짐작하고도 남는다"라고 사과했다.

현재 MBC는 조능희 위원장(기획편성본부장), 고정주 위원(경영지원국 부국장), 전진수 위원(예능본부 부국장), 오동운 위원(홍보심의국 부장), 이종혁(편성국 부장) 등 사내 인사 5명과 외부인사 오세범 변호사를 진상조사 위원으로 위촉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활동에 착수했다.

전참시 제작진의 치명적 실수에 이영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됐다.

이영자는 이번 사태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아 녹화 불참을 결정했다. 이영자의 소속사 아이오케이컴퍼니 측은 “이영자가 11일 예정돼 있던 ‘전참시’ 녹화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며 “프로그램에서 불거진 세월호 화면 편집 논란에 많은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전참시는 결국 프로그램의 주축이었던 이영자의 불참으로 11일 예정된 녹화 일정을 취소한 데 이어 2주간 프로그램을 결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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