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지현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이 주주들에게 부족하고 불공정하다는 이유다.

11일 엘리엇은 투자자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현 개편안이 어떤 측면에서 부적합하고 주주들에게 불공정한지 세부적인 분석을 내놨다.

엘리엇이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타당한 사업 논리 결여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합병 조건 미제시 ▲실질적인 기업경영구조 간소화 못함 ▲현저한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적 대책 결여 ▲자본관리 최적화 부족 ▲주주환원 향상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방안 결여 등이다.

엘리엇측은 "최근 현대차그룹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은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며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지속적인 실적저조와 주가 저평가를 야기한 본질적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모든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는 것을 넘어 합리적인 자본관리 및 주주환원 정책, 완성차 브랜드로서 선도적 위치에 걸맞는 최고 수준의 이사회 구성 등 종합적인 기업구조를 채택할 것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현대차는 최근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569만주를 소각하는 동시에 시장에서 285만주의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는 형태로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5600억원, 추가 매입 후 소각 4000억원 등 총 9600억원 규모다. 소각 시점은 기존 보유 자사주는 오는 7월 27일, 매입 후 소각할 자사주는 매입 완료 시점이다.

현대모비스도 현재 회사가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해 보유 중인 보통주 전량을 내년 중에 소각하고 내년부터 3년간 1875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약 6000억원 규모다. 현재 현대모비스가 보유 중인 자사주는 204만주로 분할합병 후 분할비율에 따라 161만주로 변경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주가(24만8000원)로 환산하면 4000억원의 가치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소각으로 주당순이익(EPS)와 주당배당금(DPS)이 각각 3.1%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이후 양사의 미래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2025년까지 매출 44조, 40조 회사로 성장을 다짐했다. 

엘리엇의 공세에 대응해 주주환원 정책과 미래전략을 발표,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한편 이날 엘리엇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다른 주주들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했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엘리엇은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을 결집하며 합병 반대세력을 만든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엘리엇은 소액주주, 외국인 투자자, 국민연금 등을 상대로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엘리엇이 보유한 지분은 1% 남짓에 불과해 영향력이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어떻게 나올지에 주목하고 있다. 거수기 오명을 벗기 위해 올해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국민연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차(8.1%), 기아차(7.0%), 현대모비스(9.8%), 현대글로비스(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과 엇박자를 낼 경우 표 대결에서 밀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안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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