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약선차 강의 서적을 펼친 한국 약선차 협회 한병순 부회장/사진=성유화 기자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아침 출근길에 혹은 식사 후 우리는 흔히 커피를 찾는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총 7만9943곳이다. 이는 전국 편의점 개수(3만8000여 개)와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준으로, 우리는 이제 편의점보다 커피 전문점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커피에 대해 미국 법원은 커피가 발암을 일으킬 수 있으니, 커피 전문점은 경고문을 부착할 것으로 최종 판결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물처럼 마시기에 ‘발암 유발 가능성’ 커피는 적절치 않다.

 그러니 이제 현대인이 건강을 위해 마실 것은 커피가 아닌 ‘건강차’다. 이에 한병순 한국 약선차 협회 부회장은 “미국에서도 커피를 차로 대체하는 경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며, “‘건강차’인 약선차를 제대로 이해하고 복용하면 앞으로 약선차의 수요와 소비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회장에게 현대인이 섭취하기 적절한 ‘약선차’에 대해 들어봤다.

 

Q ‘약선차’란 무엇이며, ‘약선차’가 ‘약’과 어떻게 다른가?

A 약선차(藥膳茶)란, 우리 몸을 유익하게 하여 즐거움을 주는 마실 것으로, 약초를 다리거나 티백으로 우려먹는 차(茶)이다. 약선차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藥’(약 약)자를 쓰고 약초를 사용하기에 한약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한약과는 다르다. 약선차는 한약이나 양약과 달리 물처럼 마실 수 있다. 특히 티백으로 만든 약선차는 그 티백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녹차티백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그러면서 보온병에 티백 하나를 넣고 하루 종일 물을 부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또 약선차는 치료의 목적이 아닌 보충의 목적으로, 이는 치료목적일 때와 제조법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약선차 제조 시 한 약초를 아홉 번 볶고 아홉 번 식히는데, 이는 곧 5가지 재료가 첨가된다면 45번을 반복하는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구증구포(九蒸九曝)라고 한다. 반면 치료를 목적으로 할 때는 그 수를 아홉 번에서 여섯 번으로 줄여 육증육포(六蒸六曝)해 진하게 우려낸다. 이 때 9와 6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사서삼경’에서 찾을 수 있다. 사서삼경에서는 홀수를 양적인 성격의 양수로 칭해 보충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봤다. 이에 약선차는 보충의 기능을 하기에 구증구포(九蒸九曝)하는 것이다. 반대로 짝수는 깎아내리는 숫자로 칭했다. 그러므로 치료의 목적일 때는 침투한 바이러스를 깎아내리고 내쫓기 위해 육증육포(六蒸六曝)하는 것이다.

직접 캔 산삼을 설명하는 한 부회장/사진=성유화 기자

Q 현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약선차가 있다면?

A 최근 들어 미세먼지로 인해 약선차를 찾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러므로 미세먼지와도 관련 있는 기관지에 좋은 약선차를 추천하고 싶다. 특히나 해수, 천식 등으로 약선차를 찾는 사람이 10명에 1-2명 정도로 매우 많은 비율을 차지해, 그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기관지에는 오과다를 추천한다. 오과다는 다섯가지 열매로서, 은행, 호두, 생율, 대추, 배가 그것이다. 오과다는 특히 배가 중요한 재료인데, 배는 폐를 튼튼하고 깨끗하게 해주는 효능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청폐차를 추천한다. 청폐차는 도라지가 제일 중요한 재료인데, 도라지의 약초명은 ‘길경’이라고 한다. 길경은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반찬용 도라지가 아니라, 5년 이상 야상으로 자란 도라지다. 여기서 야생 도라지란, 묵밭(묵은 밭으로 관리하지 않은 밭을 뜻함)에 씨를 뿌려 풀과 함께 자연에서 5년 이상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약선차는 계절별로도 추천할 수 있다. 봄에는 기운을 돋우는 보증익기차를 추천한다. 보증익기차란 ‘황기’라는 약초가 가장 중심이 되는 차이다. 황기는 자체로 기운을 돋우는 약초이다. 여름에는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생맥차를 추천한다. 생맥차는 홍삼, 맥문동, 구기자, 황기, 감초, 대추를 합친 것인데, 특히 홍삼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인삼과 다르다. 홍삼은 인삼보다 기능적으로 우수한데, 예를 들면 인삼에 함유된 영양소는 6-7가지인데 반해 홍삼은 13-14가지를 갖추고 있다. 흔히 몸에 열이 많으면 인삼을 섭취하면 안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홍삼인 경우 다르다. 홍삼은 열을 올릴 수도 있으며 내릴 수도 있다. 즉 몸이 차가운 사람은 열을 올려주고 몸에 열이 많으면 열을 내려주는 성분이 있다는 것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환절기와 추위에 감기를 조심해야하니 쌍화차를 추천한다. 성별에 따라서도 추천할 수 있다. 여자는 몸이 차면 좋지 않고 소화기관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럴 땐 위(胃)에 열이 있어야 좋은데, 이 때 대표적인 약초가 애엽이다. 애엽은 쑥의 약초명이다. 이 외에도 여자에게 좋은 약초는 익모초, 구절초, 삼백초가 있다. 이 약초들은 대체로 몸을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가졌다. 남자에게는 보양제, 즉 몸에 열 에너지를 보충해줄 수 있는 육종용과 녹용을 추천한다. 약초명에 ‘용’자가 들어간 이 약초는 전부 성장 에너지가 아주 풍부한 것들이다. 이 외에도 아이의 성장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에게는 육미지황차를 추천한다. 키란 관절이 커지면서 성장하는 것이므로, 성장이 잘 되려면 몸에 뼈가 튼튼해야한다. 육미지황차는 관절에 좋은 차로, 특히나 여기에 ‘용’자가 들어간 약초를 합방하면 성장 에너지가 가미되어 키도 크고 몸도 튼튼하고 두뇌발달에도 좋다. 현대인에게 흔히 발병하는 아토피 피부질환에는 피부를 관장하는 오장육부 ‘폐’에 좋은 것을 추천한다. 아토피의 경우 폐에 ‘음’ 기운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이 때는 육미지황차에 선태(매미의 허물)를 합방해서 끓여먹거나 혹은 양제근(소루쟁이 식물의 뿌리)을 함께 끓여 먹으면 도움이 된다. 수험생의 경우 기억력을 증진시켜줄 수 있는 총명차를 추천한다. 총명차는 깨끗한 냇가에서 자라는 석창포와 먼 것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뜻의 원지가 주재료이다.

 

Q 약선차를 복용하거나 가정에서 제조할 때 유의사항은?

A 약선차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특히나 철저한 법제가 가장 중요하다. 법제는 차에 따라 다른데, 어떤 차는 술로 법제하고, 어떤 차는 식초를 타 법제하고, 어떤 차는 쌀 뜬 물로 법제하며 심지어는 아기의 오줌을 보조 재료로 이용해 법제하기도 한다. 모든 약초는 어느 정도 독성과 부작용을 갖고 있다. 법제는 약초 섭취 시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을 제거하고 완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서 모든 재료를 정확하게 구증구포(九蒸九曝)하는 것이 둘째다. 약초는 증(蒸)과 포(曝)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진하기가 옅어진다. 약선차는 약(藥)이 아닌 차(茶)이기 때문에 너무 진하게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약으로 섭취할 때는 탕이라고 하여 진하게 끓여먹지만, 차는 물 먹듯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진하게 끓인 것을 물 먹듯이 먹는다면, 우리 몸은 필요한 만큼만 몸에서 소화하고 나머지는 여과 되거나 간에 축적될 수도 있다. 이는 간수치가 높아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잘 맞지 않는 약선차는 설사, 구토, 피부 알러지, 두통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으니 이러한 증상을 보이면 즉시 약선차 섭취를 중단해야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한 가지 약재만을 사용하는 단방이 아닌,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드는 혼방을 할 때 훨씬 적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단방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급적이면 감초 한두 쪽을 넣더라도 혼방을 하는 것이 좋다. 단방은 직선적이기 때문에 몸이나 건강에 필요한 어떤 부분을 신속히 찾을 수는 있지만 대체로 부작용을 수반한다. 약이란 것은 서로 같이 합해졌을 때 효능을 높일수도 있지만, 모자란 것을 보완하며 해독시켜줄 수도 있기에 합방을 권장한다. 이에 약초를 다릴 때 감초를 조금씩 가미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서 약초를 볶을 때는 팬을 손바닥이 약간 뜨거운 열감만 느껴질 정도로 가열해 절대 태워서 볶지 않는다. 볶은 후에는 완전히 식히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해 구증구포(九蒸九曝)하는 것이다. 이 점만 유의한다면 누구나 약선차를 쉽고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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