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근절하겠다던 정부 오히려 지원금 마련?

건강식품회사로 잘 알려진 광동제약과 수도권 5대 종합병원으로 꼽히는 가천의대 길 병원이 처방전을 둘러싸고 리베이트를 수수한 행위가 경찰에 포착돼 의약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한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리베이트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광동제약이 포함되면서 선정 기준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복지부 측은 이를 두고 취소기준을 조만간 확정짓겠다고 밝혔지만 선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해 양승조 국회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리베이트 혐의 및 처분을 받은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광동제약 혁신형 제약업체로 선정했다가 곤혹 치러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선정했던 ‘혁신형 제약기업’이 리베이트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 거론되면서 관련 부서인 복지부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정부가 제약계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하고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선정한 제약업계 가운데 비타 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이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되면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꼴이 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말 강력한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갖고 추진한 ‘리베이트 쌍벌제'를 운영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없자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 리베이트 행위를 근절하고자 선정된 제약사들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했다. 관련 부서인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 당시 2009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의 리베이트 내용을 신청 제약사들로부터 제출받아 평가에 반영했었다.

특히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에서는 리베이트에 대한 부분도 포함시켜 리베이트 행위를 했던 제약사는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엄하게 선정한다고 밝혔지만 리베이트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제약사가 버젓이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서부터 논란에 씨앗이 뿌려졌다.

뒤늦게 사태파악에 나선 복지부 측은 취소기준을 조만간 확정짓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정확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윤리성, 투명성 등 기업들의 리베이트 부분을 평가에 반영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광동제약 건은 당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며 즉각적인 확답을 피했다.

그는 "리베이트로 적발된 기업에 대한 경찰이나 검찰의 판결이 나와야 일련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광동제약의 경우 아직 최종적인 판결이 나지 않았다. 인증 취소 역시 현재 관련 기준이나 규정이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당장 인증 취소보다는 수위에 따라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리베이트 사실이 확인되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리베이트' 광동제약,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망신' 당하나

앞서 '비타500' 등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의 영업사원 2명이 길병원 측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지난달 18일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회사 측이 리베이트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경찰 쪽에서 전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광동제약 영업사원 박모씨 등 직원 2명은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인천 길병원 소속 의사 이모씨 등 5명에게 광동제약 의약품 처방을 부탁하며 기프트 카드와 룸싸롱, 골프접대 등 12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혐의 사실을 포착한 인천 남부경찰서는 길병원 이모 의사 등 5명을 불구속입건하고 광동제약 직원 2명을 약사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이들이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시점은 쌍벌제 시행 이후라는 점에서 복지부가 그동안 외쳐 온 강력한 처벌이 어느 수위로 내려질 지 이목이 모아진다.

리베이트건에  대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복지부와 관련 당국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을 뿐 그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밝히기 껄끄럽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걸렸음에도 혁신형 제약기업에 선정된 광동제약은 어떤 회사?

광동제약은 지난 1963년 10월에 설립된 의약품 제조․판매업체다.

주요 사업부문은 약국영업(20.5%), 병원영업(1.7%), 유통영업(36.0%), 기타(42.8%) 등으로 나뉜다. 상품명으로는 우황청심원, 비타500, 광동 옥수수수염차 등이 유명하다.

계열회사로는 ▲식품첨가물 제조업체 '가산' ▲의약품 제조․도매업체 '광동GLS' ▲한약재농축액제품 가공업체 '연변광동제약유한공사' ▲금융․서비스업체 '애플에셋' ▲석재업체 '광동 비나코퍼레이션' 등 5개사를 두고 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비상장사다.

광동제약은 1989년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으며, 유통주식 수는 1일 기준 자사주 1061만3035주를 제외한 보통주 4180만7816주다.

주가 안정을 위해 오는 9월3일까지 자사주 100만주를 장내 매입키로 함에 따라 보유 자사주는 1161만3035주로 늘어나게 된다.

최대주주는 최수부 회장으로, 지난 3월말 기준 지분율은 6.82%다. 2대주주는 5.07%의 지분을 보유한 최성원 사장이다.

양승조 의원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난맥상 보여주는 격”

한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 의혹에 대해 양승조 의원(민주통합당)은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된 43개 제약사 중 리베이트 혐의 및 처분을 받은 제약사는 총 12개로 전체 28%에 해당한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지난 7월 24일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른 것으로 리베이트 혐의 제약사는 10개, 리베이트 처분은 2개 제약사로 드러났다. 이중 상위제약사가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 측에 따르면 실제로 A제약은 리베이트 혐의가 확정돼 처분을 받았고 이후 인증 평가에서 68.2점을 얻어 34번째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또한 B제약은 리베이트 혐의가 확정돼 처분을 받았으며 이후 인증 평가에서 66.9점을 얻어 39번째로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혁신형 제약기업의 실태가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리베이트 근절정책과 모순되는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거론되고 있다.

양승조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방안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엄격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리베이트 혐의 및 처분을 받은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복지부는 리베이트 혐의가 확정되면 인증을 취소하면 된다는 식의 대책을 갖고 있지만 리베이트로 처분이 확정된 2개의 제약사가 인증을 받은 것을 보면 이 행정은 난맥상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복지부 광동제약 건은 심사 당시 인지했을 가능성 높아

'혁신형 제약업계 선정'을 두고 논란이 짙어지는 것은  복지부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두고 마련한 대책방안이 과연 얼마만큼 적용되는가를 두고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 목소리가 짙어지고 있다.

광동제약의 리베이트 행위 시점이 쌍벌제 시행 이후인 작년 5월부터 11월까지라, 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심사 당시 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세제혜택과 R&D 자금지원, 신약 약가 우대 등의 다양한 혜택을 받지만, 광동제약처럼 리베이트 행위로 적발이 되더라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가 어려워 파렴치한 제약사들 역시 정부가 지원해주는 다양한 혜택을 아무런 제재 없이 고스란히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복지부의 정책과 선정 기준에 대한 신뢰도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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