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로 부(富)를 대물림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및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대응책 등을 주제로 당ㆍ정 협의를 열어 이 같은 방안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기업 지배주주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에 주식가치를 올려줌으로써 세금 부담 없이 상속과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게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많은 대기업들이 지배주주 일가의 지분이 높은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업을 키운 뒤, 나중에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식으로 막대한 차익을 얻고 이를 경영권 승계에 활용했었다.

그러나 관련 세법 규정이 불분명해 이러한 편법적인 탈세를 막지 못했었다.

이에 당정은 일감몰아주기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하고, 계열사 내부거래를 신고하도록 공시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MRO 사업의 경우 공공부문에서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통해 소모성 자재를 구매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경제개혁연구소 채이배 연구위원에 따르면 29개 기업집단 85개 회사의 지배주주 등 특수관계자 190명이 지난해 말까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은 총 9조9,588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채 위원은 이들이 애초 1조3,195억원을 투입해 평균 75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중 77명은 배당금만으로도 투자금액을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런 방식으로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람은 13명으로, 현대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2조1,837억원, SK 최태원 회장이 2조439억원의 이익을 얻어 가장 많은 부를 증식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1조4,926억원,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 5,520억원, SK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4,611억원 순이다.

투입 금액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대림산업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 이해승씨 11만6,854%,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혜선씨 5만1,147%, SK 최태원 회장 2만182%,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 이재환 상무 1만9,260% 순. 이외 주요 인사로는 현대차그룹 정 회장 8,266%, 현대차그룹 정 부회장 4,901%,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3,935% 등으로 알려졌다.

채 연구위원은 29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국회 중소기업살리기 모임, 민주당 조영택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밝히며 "공정위의 과징금을 일감을 지원한 회사가 아니라 그로 인해 이익을 얻은 회사에 부과해 거래의 유인을 없애는 등 공정거래법과 세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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