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홍준표 대표가 미북정상회담 관련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월요신문=성유화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내달 12일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에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PVID)를 요구하는 한국당의 입장이 담긴 공개서한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홍 대표의 서한을 ‘스팸메일’로 칭했으며, 김현 대변인은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라고 비난했다.

홍 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은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함으로서 진정으로 북한의 핵무기 공포에서 해방되길 기대한다"며 "한국당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에 있어 'PVID'원칙을 견지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미래 핵개발 능력과 과거 핵을 제거할 뿐 아니라 핵기술 자료를 폐기하고 핵기술자들을 다른 업무에 종사토록 함으로서 영구히 핵개발 능력을 제거해야 한다"며 "또 북한 비핵화 완료시기와 검증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합의문을 채택해 북한이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아닌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달라"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전략자산 전개금지 등의 요구를 하고 비핵화 약속 이행을 거부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북미 정상회담 관련 공개서한 내용을 이같이 발표했다. 한국당은 이 서한을 영문으로 번역해 조만간 백악관·CIA·국무부·미국 의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에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지난 17일 “홍준표 대표와 자유한국당이 대한민국의 외교 안보와 미래를 진실로 걱정한다면 전쟁광들이나 주장할법한 내용이 담긴 스팸메일성 서한을 보낼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을 앞둔 정부의 준비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함께 살펴보며 보완을 해주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최근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미국 존 볼턴 안보보좌관의 입장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으로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과연 홍 대표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이같은 서한을 보내려 하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지금 북미정상회담 등은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중심이 돼서 성사된 일이라는 것을 세계인들은 모두 알고 있다. 우리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 지적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동은 이제 그만두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 역시 홍 대표의 발언에 "왜 부끄러움은 항상 국민의 몫이어야 하냐"며 "또 한번의 외교망신이 될 공개서한을 즉각 중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홍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판문점 선언을 뒷받침하지는 못할 망정, 북미회담에 부담을 주려는 일방적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홍 대표는 올 초 미국을 방문해 전술핵 도입을 주장해 미국 조야로부터 부정적 평가나 듣는 등 외교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며 "평창올림픽 때는 '평양올림픽'이라는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제1야당 대표의 수준이 조롱받는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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