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스,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의사 표명’ 공시
社 “억측 해소되길 기대”…2차 감리위 공방 예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감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월요신문=고은별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전환점을 맞았다. 로직스가 18일 공시를 통해 합작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바이오젠은 로직스와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에 합작 투자한 회사다. 로직스는 에피스를 설립하며 바이오젠이 에피스 주식 ‘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이 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다음 달 29일까지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2015년 로직스가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배경이다. 로직스는 당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했고, 관련 조항은 콜옵션으로 금전적 이익이 발생할 경우 지분법 관계회사로 전환하게 돼 있어 이를 따랐다는 것. 로직스는 에피스의 지분가치가 커지면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업계는 로직스에 대한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진 후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게 본 로직스의 판단이 ‘억측’이란 의혹도 제기돼왔다.

로직스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그동안 회사 측에 콜옵션 행사 의사를 전달해 왔다. 로직스 관계자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도 콜옵션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앞서 2014년 2회에 걸쳐 실시한 에피스의 유상증자에는 바이오젠이 참여하지 않았으나 2015년 2월 유상증자에는 참여한 점, 2015년 하반기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의사가 담긴 서신을 받은 점, 2015년 말 에피스의 제품 판매 승인에 따라 기업가치가 커져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진 점 등으로 로직스는 바이오젠의 권리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로직스는 이날(18일) 공시에서 “당사는 지난 17일 바이오젠으로부터 콜옵션 행사 기한인 2018년 6월 29일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니 양사가 콜옵션 대상 주식의 매매거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하자는 서신을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은 정식 콜옵션 행사 통지를 로직스에 별도로 송부할 예정이다.

바이오젠이 또 한 번 콜옵션 행사 의사를 서신을 통해 전해온 건 로직스의 요청 및 문의에 따른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로직스 관계자는 “1분기 컨콜에서 이미 밝혔기 때문에 권리 행사 시한이 6월까지이기도 하고 실무가 준비되면 함께 이야기를 하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결과적으로 국제회계기준은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장가치가 콜옵션 비용보다 커지면 콜옵션 행사가능성을 고려해 회계장부에 이를(관계회사로의 전환) 선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추진내용이 담긴 서신이나 행사 통지 등의 법률적 문서를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을 입장이다. 계약에 관한 기밀사항이 기재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로직스 관계자는 “회계처리 위반 혐의를 소명하기 위해 금융당국에는 제출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지 여부에 관한 각종 억측이 이번에 깨끗하게 정리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피스의 지분은 로직스가 94.6%, 바이오젠이 5.4% 보유하고 있다. 콜옵션 후 양사의 주식 비중은 로직스 ‘50%+0.5주’, 바이오젠 ‘50%-0.5주’가 된다.

로직스에 따르면 바이오젠이 에피스 지분 44.6%를 추가 취득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약 7000억원 정도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면 합작 당시 계약에 따라 양사는 공동경영을 하게 된다. 이사회는 동수로 구성되고, 대표이사도 협의 하에 지명한다.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로직스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있어 향후 국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로직스는 지난 17일 김태한 사장 등이 금융당국의 첫 감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회사 측 입장을 소명했다. 2차 감리위는 오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차 회의에는 금융감독원, 로직스, 감사인 등 모두가 동석하는 ‘대심제’ 형태로 열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로직스의 이 같은 회계처리를 통해 에피스의 기업가치가 장부가액(3000억원)에서 공정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변경되며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이른바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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