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보완·개선해 재추진"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을 비롯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일제히 ‘반대’ 의사를 밝힌 결과다.

21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현재 체결된 분할합병 계약을 철회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 예정된 양사의 임시주주총회도 취소됐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건을 다루려고 했다. 분할합병 비율은 0.61대 1.

하지만 엘리엇을 비롯한 의결권 자문사들은 분할합병 비율에 의문을 제기, 반대표 결집에 나섰다. 엘리엇은 ▲타당한 사업 논리 결여 ▲모든 주주에게 공정한 합병 조건 미제시 ▲실질적인 기업경영구조 간소화 못함 ▲현저한 가치 저평가에 대한 종합적 대책 결여 ▲자본관리 최적화 부족 ▲주주환원 향상 및 기업경영구조 개선 방안 결여 등을 들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반대표를 행사할 것을 권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글래스루이스는 물론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마저 유사한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표 대결 구도로 가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들은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미래를 위해 분할합병이 최선의 선택이며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주장, 주주들에게 찬성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현대모비스에서는 회사 주식을 보유한 직원 명부 확보하고, 해당 직원들에게 찬성 위임장을 쓸 것을 종용하는 일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반대파쪽으로 기울어지면서 결국 현대차그룹이 장기간 고심 끝에 꺼내든 지배구조 개편안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와 관련해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와 투자자, 시장에서 제기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를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개선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