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주)지니컴퍼니, 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당신은 오늘 몇 잔의 커피를 마셨나요?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처럼 커피를 찾는 사람도 있고 식사 후에는 꼭 커피로 입가심(?)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의 안정을 위해, 깊이 생각할 것이 있을 때, 아니면 손님이 방문했을 때 너무나 당연하게 "커피 드릴까요?"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커피를 찾다보니 지나치게 많은 커피를 마시는 날에는 "밤에 잠이 안 온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커피는 이뇨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등의 얘기들이 들린다.

이렇듯 자주 커피를 마시다보니 커피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값은 웬만한 식사 값과 맞먹거나 몇몇 카페의 커피는 보통 먹는 식사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기까지 하다. 원두커피를 사랑하고 원두커피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너무 지나치리만치 비싼 커피 가격을 보면 사실 마음이 좀 아프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비싼 커피를 울며 겨자 먹기로 마시게 되거나 어쩔 수 없이 기피하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가 과연 그렇게 비쌀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왠지 위화감마저 들어 그런 카페에는 아무래도 발걸음이 꺼려지게 된다.

그렇다면 커피 가격의 적정가(適正價)는 얼마일까? 여기서 우리는 커피의 원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커피의 원가를 계산할 때 어떤 요소까지 포함해야 하는가의 의문점이 든다. 실제로 커피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어 너무 비싸다고 발표하는 신문기사나 방송뉴스 등을 보면 너나 없이 커피의 원가를 계산하여 비싼 커피 가격의 근거로 들고 있다. 커피 가격의 원가를 계산할 때 원두가격, 임대료, 인건비 등을 함께 생각하게 되는데 이렇게 원두가격, 임대료, 인건비 등을 넣어서 원가를 계산하면 그나마 고맙다. 그런데 원두의 수입 원가만을 계산하여 지나치게 비싸다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참 답답한 마음이 든다.

필자가 생각하는 카페의 커피 가격이 원가 대비 비싼 이유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좌석 회전률 때문이다. 우리는 점심 때 김치찌개, 비빔밥, 칼국수 등 쉽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김치찌개나 비빔밥, 칼국수는 필자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며 위의 음식들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절대 없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식당에 가서 주문 후 음식이 빨리 나온다고 가정했을 때 음식을 다 먹고 식당 문을 나서는데 30~40분을 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있고 싶어도 기다리는 다음 손님 때문에 쫓기듯이 식당을 나오게 되기도 한다. 식사 후에 자연스럽게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게 되는데 뒤의 일정이 바쁘지 않다면 그곳에서 식사 때와는 다른 느긋한 시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식사와 커피, 편안하고 안락한 장소를 물색하다 식당이 아니라 카페를 찾아 간단한 요기가 가능한 샌드위치와 커피 등의 세트 메뉴를 선택하게 되기도 한다.

김치찌개를 먹는 시간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절대 더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 솔직히 커피는 뜨거운 경우에는 식혀 마신다 해도 20~30분을 넘지 않으며 아이스커피인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마실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김치찌개 식당에서의 식사시간보다 카페에서의 커피타임을 더 오래 갖는다. 왜일까? 우리는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 카페에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며 우리는 무엇인가를 한다.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며,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며, 책 속으로 오붓하게 산책을 떠나며, 때로는 여럿이 모여 회의를 하기도 하고, 일정과 일정 사이에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며 그렇게 그 무엇인가를 하러 카페에 간다. 따라서 커피의 가격에는 다른 여타 식당의 음식 가격처럼 재료원가, 인건비, 임대료 외에 무형의 그 무엇도 함께 계산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터무니없이 비싼 커피 값은 지양해야 하겠지만...
 

김종윤 (주)지니컴퍼니, 카페 마로네 대표이사
(02.325.1161/ www.marro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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