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사장 경영승계용 해석 '무게'

사진=뉴시스

[월요신문=지현호 기자] “조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투자사업 부문이 독립적으로 고유사업에 전념토록 해 사업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각 부문별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 고도화를 추구하고자 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6년 말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회사 분할 결정 사유로 각 사업부문별 독립적인 경영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사업 고도화를 들었다. 현대중공업지주 초대 대표를 맡은 권오갑 부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2022년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을 연매출 70조원 규모의 첨단 기술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지주사 전환이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닌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였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지주사 전환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는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의 사업성 개선이 중요하다.

지주사 전환 1년이 지난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영실적은 어떨까. 권오갑 부회장의 '장밋빛' 비전과 달리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과 신흥국 굴삭기 판매가 증가하면서 현대건설기계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분할 이후 경쟁력이 강화됐다기보다는 시장 상황 자체가 호조세로 돌아선 결과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현대중공업의 별도기준 재무제표는 매출액 1조 8370억원, 영업손실 781억원, 분기순이익 18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34.6%나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됐다. 분기순이익은 91.2% 줄었다.

현대일렉트릭 역시 부진하다.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301억원, 영업손실은 308억원, 분기순손실은 276억원 기록했다. 현대일렉트릭은 분할 전 연간 매출액이 2조6866억원에 달했다. 분할 이후 오히려 실적이 악화된 셈이다.

그나마 현대건설기계는 중국과 인도·러시아·아시아 등 신흥국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9305억원, 영업이익 618억원, 분기순이익은 49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은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수주절벽'이 본격화된다. 따라서 경영실적 역시 악화일로가 예상된다. 현대일렉트릭은 중동 및 조선향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실적 회복 기대감이 낮다. 원/달러 환율하락, 전기동, 규소강판 등 원자재가격 상승도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 25.80%를 소유한 정몽준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배구조 정점에 서고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오일뱅크를 지배하는 형태로 지주사 체계를 완성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각 로봇·투자, 건설장비, 전기전자사업부문을 분할해 구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를 신설하고 구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삼아 현대중공업지주로 탄생시킨 결과다.

다만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금산분리법에 따른 하이투자증권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36세의 나이로 현대중공업 부사장에 오르며 경영전면에 나선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승계 숙제가 남아있다. 재계에서는 정기선 부사장이 최근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 권오갑 부회장이 실적을 강조한 것을 염두, 3세 경영 본격화를 내다보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 3월 말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를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오는 6월 4일부터 8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선박 박람회에서 국제무대에 공식 데뷔한다.

한편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지주 지분 5.1%를 KCC로부터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매입 비용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으로부터 받았다. 주식 매입 비용 3540억원 중 3000억원을 정몽준 이사장에게 증여받은 것. 정기선 부사장은 이에 따른 증여세 1500억원을 아직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사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 이후 미국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지내다가 2013년 6월 현대중공업으로 돌아왔다. 2년 여 만인 2015년 상무, 그 이듬해에는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부사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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